디지털전환 시급한 ‘뿌리산업’…인력양성도 힘써야

뿌리산업 노동자 대다수 4050대 디지털 전환 통해 경쟁력 높여야

2024-10-29     김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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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뿌리산업이 고령화와 인력난 가속화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뿌리산업은 부품을 완제품으로 생산하기 위한 기초 공정산업을 총칭한다. 가치사슬 구조에서 볼 때 최종 제품에 내재돼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을 형성하는 핵심 근간 산업이다. 소재와 제품 생산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자동차·전기전자·조선·반도체 등 국내 주력산업 제조공정 전반에 활용돼 품질경쟁력 제고와 신산업 창출을 뒷받침한다. 초기 뿌리산업은 금속 소재 중심으로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6대 기반 공정기술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이후 4차산업혁명과 미래형 산업구조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 ‘뿌리산업진흥과첨단화에관한법률’을 개정해 6개 소재와 14개 개술로 확대됐다. 자세히는 금속 소재(1개)에서 △세라믹 △플라스틱 △탄성 소재 △탄소 △펄프(6개)로 소재 다원화가 이뤄졌다. 소재 다원화 측면에서 △사출·프레스 △정밀가공 △적층제조 △산업용필름 및 지류공정 4대 기술이 추가됐다. 소재 기술의 융복합화 및 디지털화 등 산업 트렌드를 고려한 지능화 측면에서는 △로봇 △센서 △산업지능형 SW △엔지니어링 설계 등 4대 기술이 추가됐다. 산업계의 근간 역할인 뿌리산업은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먼저 뿌리산업의 경영난은 △원부자재 및 에너지 가격 상승 △주력산업 수출 감소에 따른 수요 부진 △중국의 공급 재편 및 수출국 경기 둔화 등 대내외 여건의 어려움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고질적인 인력난과 구조적인 문제가 더해 지속 중인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로 복합위기 상황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뿌리산업 진흥을 위해선 산업 내부 다양성과 변동성을 고려한 차별적 정책수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디지털 전환이 성장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뿌리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고질적인 인력난과 효율문제를 개선, 디지털 산업과 전통 제조업 모두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도 뿌리산업 디지털전환 계획을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월 4000억원을 투입해 뿌리산업 전용 연구·개발(R&D) 생태계를 강화한다고 전했다. 뿌리 첨단화 협력 체계 강화를 위한 과제도 추진한다는 목표다. 뿌리산업 전용 DX 센터 구축도 추진한다. 한편으로는 만성적인 인력난이 시급한 과제다. 한국고용정보원과 한국지역고용학회가 발간한 계간지 ‘지역산업과 고용’ 가을호(통권 9호)에서 엿볼 수 있다.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강정석 선임연구원과 조수영 기술원이 ‘2022년 뿌리산업인력실태조사’를 토대로 수록한 글에 따르면 주조, 금형, 열처리, 용접, 로봇, 센서 등 14대 뿌리 산업 종사자는 작년 기준 약 72만명이다. 특히 절반 가까이(49.0%)가 50인 이하 사업체에 종사하고 있었다. 연령별로는 40대가 32.0%, 50대 25.1%, 30대 23.7%, 60대 이상이 8.7%로 50대 이상이 전체 종사자의 33.8%를 차지했다. 20대는 10.5%에 그쳤다. 외국인 근로자의 비율도 높다. 뿌리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은 약 6만6000명으로, 이는 전체 뿌리산업 종사자의 9.2%다. 현장은 업무 특성 상 수작업 위주의 열악한 작업 환경이 대부분으로, 청년층의 취업 기피로 만성적 인력난을 겪고 있다. 연구자들은 “뿌리산업은 낮은 임금과 수작업 위주의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인한 청년층 취업 기피, 재직자 이탈 심화, 외국인력 수급의 불확실성 등으로 만성적인 구인난과 인력 고령화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인력난 해소를 위해선 청년의 신규 유입과 장기근속을 위한 근로·정주여건 개선, 재직자 장기근속 유도와 청년유입을 위한 복지혜택 확대, 중장년·경력단절 여성 적극 활용 전략, 외국인력 활용요건 완화, 재직자 숙련향상을 위한 역량강화 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선 외국인 근로자 추가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00인 미만 제조·건설·서비스업 615사를 대상으로 최근 ‘외국인 근로자 활용현황 및 정책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내년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에 대해 ‘올해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36.9%였다. ‘올해 수준 유지’는 58.7%, ‘축소’는 4.4%에 그쳤다. 뿌리산업 종사자인 20대 A씨는 “현장의 인력 고령화는 이미 심각한 수준으로, 현재 재직 중인 회사의 경우 전 인원 중에 20대는 단 한 명뿐이다. 구인 자체가 어려울뿐더러, 회사 인사팀에 따르면 이력서를 낸 인원 중 20대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대부분이 중년층”이라며 “청년층의 유입을 위해선 우선적으로 열악한 근로 조건을 개선해야 할 것 같고, 숙련공들이 현장을 떠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