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채원 기자 | 올해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는 증권사가 한 곳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침체와 투자은행(IB) 부진이 이어지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 관리 등이 발목을 잡으면서다.
2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증권사 중 한국금융지주 홀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5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키움증권·한국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전 분기 대비 15% 감소한 6999억원으로 전망 되기도 했다.
3분기 적자를 낸 증권사도 나왔다. 27일 실적을 발표한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18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2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8% 감소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7.4% 늘어난 929억원으로 집계됐다. 누적 영업이익은 3495억원으로 전년 대비 22.1% 증가했다.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는 “신한투자증권은 전년도에 비해 위탁매매 수수료 이익 증가, 자기매매손익은 증가했지만, 금리 상승과 주가 하락에 따른 자기매매 손익 감소, IB 관련 수수료 감소, 투자상품의 충당부채 적립 등으로 순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증권도 3분기 48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2조48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10% 줄었다. 누적 기준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7.67% 하락한 69억원, 매출액은 31.13% 하락한 9조3452억원, 당기순손실은 144억원이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고금리 시장 상황과 유동성 감소 등 대내외 어려운 시장 환경으로 인해 각 사업 부문의 수익이 감소했다”며 “IB 자산들에 대한 충당금 확대 영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나증권의 3분기 충당금 등 전입액 규모는 1834억원으로 1분기 219억원, 2분기 832억원에 이어 3분기 783억원을 반영했다.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들 중 지난해보다 실적이 상승한 곳들도 올해 1조클럽 달성까지는 어려워 보인다. NH투자증권은 올 3분기 영업이익이 11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9% 증가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8% 감소한 2조5768억원, 당기순이익은 743.9% 늘어 1007억원으로 집계됐다. NH투자증권의 올해 누적 영업이익은 5904억원, 누적 당기순이익은 4675억원이다.
KB증권은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5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7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3분기 매출은 2조57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96% 감소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6113억원, 당기순이익은 36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5.02%, 18.24%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고금리 기조,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 등의 악재가 4분기 증권업계를 더욱 조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에도 미국의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이는 증권사들의 실적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증권업종은 조달비용 증가 및 투자자산 가치 하락 등으로 인해 실적이 악화된다”며 “특히 부동산 익스포저가 큰 증권사는 듀레이션과 자본 활용도를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시 침체도 증권사들의 기대수익을 감소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안영준 연구원은 “증시가 약세를 보일 때 일반적으로 증권주들의 주가 흐름도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데, 증권사의 실적에서 브로커리지가 차지하는 부분이 높기 때문에 증시 거래대금이 감소하는 하락장에서는 증권사의 기대수익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