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폭락 공포에 증권사 신용거래잔액 뚝뚝
영풍제지 사태발 증권사들 신용거래 옥죄기 영향도
매일일보 = 이채원 기자 | 증시침체기가 지속되면서 빚투 규모를 나타내는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금액은 17조4791억원으로 올해 하반기 기준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올해 초 약 16조5000억원 규모였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2월 중순부터 빠르게 늘었고 이후 18조~19조원에 머물렀다. 하반기 들어 다시 한번 증가세가 나타나면서 지난 8월부터 9월 중순까지는 20조원 이상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코스피가 2400선 아래로 무너지고 코스닥이 800선을 내어주는 등 증시가 급락하며 신용거래융자 잔고 금액도 빠르게 감소했다. 지난달 9일만 해도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0조4912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약 한 달 반 사이에 3조원 가까이 급감했다.
시장별로는 이 기간 코스피가 10조5967억원에서 9조2547억원으로 1조3420억원 줄었고, 코스닥은 9조8945억원에서 8조2244억원으로 1조6701억원 감소했다.
여기에 증권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신용거래 축소에 나서고 있는 점도 신용거래융자 잔액 감소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증권사들은 영풍제지 사태 이후 신용거래 종목과 미수거래 가능 종목을 줄이면서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앞서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2차전지 대형주인 POSCO홀딩스의 신용거래 증거금율을 100%로 상향 조정했다. POSCO홀딩스의 신용거래융자 잔고 금액은 이달 초 1조6000억원 수준이었으나 현재 1조3963억원으로 줄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한 주 동안 총 232개 종목의 신용거래 증거금율을 100%로 올렸고, 삼성증권은 지난 25~26일 이틀간 80개 종목의 위탁증거금을 100%로 상향 조정하며 신용거래를 조정했다. 신한투자증권도 25일 하루 동안 118개 종목을 신용거래 제한 종목으로 뒀다.
증거금률은 증권사 내부 기준에 따라 결정한다. 금융당국도 증권사에서 상환 기간을 넘긴 미수금을 회수하기 위해 반대매매 조치에 나서도 매도가 이뤄지지 못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증권사들은 리스크 축소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가치 대비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에 대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증거금률을 인상하는데 최근 영풍제지 이슈가 또 나오면서 증권사들이 더 리스크 축소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며 “시장이 안정화 될 때까지 신용거래 가능 종목을 줄이는 등 조치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