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와 중점 협력 분야는 건설·ICT·친환경에너지"
‘한국-사우디아라비아 경제협력 확대 방안’ 보고서… "민관 합동지원단 확대해야"
2024-10-30 신영욱 기자
매일일보 = 신영욱 기자 |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우리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할 분야로 건설·인프라, 정보통신기술(ICT), 친환경에너지 등을 꼽았다.
한경협은 단국대 GCC국가연구소에 의뢰한 ‘한국-사우디아라비아 경제협력 확대 방안’ 보고서를 기반으로 △대형건설·인프라 부문 △ICT 산업 △친환경 에너지산업에서의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제안했다고 30일 밝혔다. 보고서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Middle East&North Africa) 지역에서 가장 큰 경제 규모를 가진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를 개괄하며,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세계 각국의 규제로 인해 화석연료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대형건설·인프라와 관련해서는 국빈 방문‧중점 협력국으로서 긴밀한 관계 지속 기대한다고 전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들은 2016년 발표된 ‘사우디 비전 2030’을 근거로 하고 있다. 비전 2030의 주요 목표는 비석유 부문 수출의 GDP 기여도를 16%에서 50%로 높여, 석유산업에 대한 경제의존도를 낮추고 경제를 다각화하는 것이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무역 및 관광 중심지로 위상을 높이고 경제를 확장하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60여 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 건설시장에서 1800여건(1600억 달러)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오랜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 올해도 9월 말까지 15건의 프로젝트에서 62.4억 달러를 수주하여 ’22년 전체 수주액 34.8억 달러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7년에는 사우디 정부가 8개 국가를 ‘중점 협력국가’로 선정했는데, 여기에 한국도 포함되며 향후 수주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한편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건설시장은 민간과 정부의 합작투자 사업이 증가하고 있으며, 현지인 의무고용제도(니타까트), 사우디 지역본부설립 제도, 민영화법 제정 등 현지화를 위한 관련법과 제도가 활발히 정비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한 동향을 적시에 파악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ICT산업에 대해서는 제조,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진출 가능성 크다고 진단했다. 사우디의 ICT 산업은 ‘비전 2030’의 세부 실현 프로젝트 중 하나인 ‘국가 혁신 프로그램’의 한 축으로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가 지정되면서 IT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테크나비오(2023)의 분석에 따르면, 사우디 IT시장 규모는 ’22~’27년 사이에 연평균 7.5%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보고서는 사이버보안, 사물인터넷 분야는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AI 및 5G,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는 ICT 제조업 부문에서는 2021년 수출액 4위를 기록할 만큼 국제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가 발간한 ‘2023 국제혁신지수’에서 ICT 인프라 지수는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때문에 ICT 제조업과 인프라 부문의 강점을 내세워 사우디와 협력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우리나라는 2001년 세계 최초로 전자정부법을 제정하는 등 일찍부터 전자정부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어 사우디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할 때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시장 점유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아울러 AI, 5G 분야 등에서 협력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친환경 에너지산업에서는 수소 오아시스 협력 이니셔티브 체결 등 협력이 가시화됐다고 평가했다. 사우디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에너지 생산 중 약 50%를 재생에너지를 통해 확보할 예정으로,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을 선언하며 친환경 에너지산업 프로젝트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가 재생에너지 프로그램(NREP)을 수립해 총 48개의 태양광, 풍력, 태양열 에너지 발전단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생산과정에서도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 수소 생산을 위한 투자도 진행 중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사우디의 친환경 에너지산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 △태양광 산업 △수소 관련 부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6차로 계획된 프로젝트 중 3차까지 발주가 완료된 재생에너지 발전소 프로젝트에 추가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이미 수주 경험이 있거나, 또는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해외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이 수주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태양광 산업의 경우, 폴리실리콘, 잉곳 등은 중국이 저가 공세를 통해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면서 한국기업은 2020년을 기점으로 대부분 사업을 철수해 진출에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차전지나 모듈은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어 상호 협력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향후 에너지 패권이 친환경 수소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수소 분야에 대한 협력도 유망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번 사우디 순방에서 수소 오아시스 협력 이니셔티브를 체결하며 양국이 상호 협력 의지를 보였으며, 최근 수소연료전지 원천기술을 보유한 가온셀이 사우디·한국 산업단지(SKIV)에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등 협력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보고서는 부족주의 문화가 여전한 사우디의 특성을 고려해 정상외교 및 고위급 관료 회담을 정례화하여 와스따(인맥) 구축 및 유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시에 현재 건설·인프라 프로젝트 수주지원을 위해 구성된 민관합동 지원단인 ‘원팀 코리아’에 ICT 및 친환경에너지와 같은 신산업 분야 관련 기업들의 참여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대형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을 높이고 노하우·기술 습득을 위해 글로벌 다국적 기업과의 파트너십 구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추광호 경제산업본부장은 “이번 순방에서 156억달러 이상의 수출·수주에 대한 양해각서와 계약이 체결되고, 43년 만에 양국 공동성명이 채택되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며 “이에 그치지 않고 원팀 코리아로서 정부-민간 협력체계 강화를 통해 한-사우디 경제협력이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