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태원 참사 1주기, 개선사항 '지지부진'

3년간 위반건축물 20만건 적발 밀집도 높힌 문제의 가벽도 그대로 피해 반복되지 않도록 추가조사 필요

2023-10-30     최재원 기자
참사가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지난 2022년 159명의 희생자를 발생시킨 10·29 이태원 참사 1년이 됐지만 안전관리에는 변한 것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사건 진상 규명도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정치권 및 관계기관에 따르면 주최자 없는 축제의 안전관리 책임 소재를 명확히 적시하는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이 국회 계류 중인 상황이다. 해당 법안은 주최·주관이 불명확한 행사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안전관리 의무를 강화하고, 인파 사고를 사회재난 유형에 포함해 시·도지사에 재난 사태 선포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해 지난 9월 행안위를 통과했으나, 현재는 다른 안전 관련 법안들과 함께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참사 당시 인파밀집의 주원인으로 지목됐던 위반건축물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최근 3년간 위반건축물 현황'을 보면 지난 2020년부터 지난 6월까지 모두 20만1287건이 위반건축물 시정명령을 받았다. 위반건축물 유형은 무허가·무신고 건축이 17만5458건(87%)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용도변경 8677건(4.3%), 대수선 5666건(2.8%)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에서는 전체 이행강제금 부과금액 6440억원의 43%(2799억원)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 3년간 위반건축물 시정완료율을 분석한 결과 시정명령 총 20만1287건 중 시정완료건수는 9만9740건으로 49.6%에 그쳤다. 시정완료율은 매해 감소하는 추세로 △2020년 59% △2021년 51% △2022년 43% △2023년 6월 현재 38%에 불과하다. 반면 이행강제금 징수율은 매년 70~80%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이행강제금을 납부하는 것이 위반상태를 시정하는 것보다 경제적 이득이 크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해밀톤 호텔 서쪽 가벽도 그대로 남아있다. 현재 이 가벽에는 유족과 상인‧방문객들이 추모메시지를 적어 붙여놓았다. 해밀톤 호텔 측은 북쪽 증축물은 철거했으나 서쪽 가벽은 불법적 요소가 없어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관해 용산구청 관계자는 “해당 가벽은 호텔 대지 내 실외기 및 공조시설의 차폐시설 또는 안전울타리로, 참사 당시에도 불법이 아니었다”면서도 ”참사 당시 사고 원인으로 지목돼 작년에 호텔 측에 철거를 요청했으나 지금까지 유지된 상태”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참사의 원인 및 진상규명이 1년 지나도록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조사기구 설치를 골자로 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30대 과제를 발표했다. 또한 참사 당일 이태원에 정보이를 통해 민변은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참사 전후 대응을 진상규명 과제로 꼽았다. 김 청장의 기소가 지연되는 이유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관이 파견되지 않은 이유, 경찰 내부 보고서 은폐·삭제 이유,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의 관련성 등도 경찰에 대한 진상규명 과제로 규정했다. 감사원은 행정안전부‧소방청‧경찰‧지방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자료 수집에 돌입한 상태다. 이는 본격적인 실지 감사(현장조사)에 착수하기에 앞서 실시하는 예비 조사 단계다. 이태원 참사 발생 1년 만에 자료 수집을 통해 관련 감사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감사는 하반기 계획에 포함된 만큼 올해 안에 실지 감사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예비 조사에 걸리는 시일에 따라 감사 착수 시점은 다소 유동적이다. 실지 감사 이후 결과보고서 작성, 의결 등 절차를 거쳐 최종 감사 결과는 오는 2024년 나올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위험 요인별로 대책을 세우고, 데이터를 활용해 위험을 예상해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은 “과학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안전관리 시스템도 함께 성장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향후 디지털 모니터링 시스템이 적극 활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욱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태풍이 올 때 경로, 속도 등을 파악하는 것이 예방이고, 현장에서 어떻게 피해를 최소화 하느냐가 대응”이라며 “인파 사고도 예방이 중요하다. CCTV나 실시간 드론으로 감시하는 건 대응 단계인데 효과를 발휘하려면 예측 기법과 맞물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