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세계는 한류 삼매경”…글로벌 경쟁력 높이는 유통街

내수시장 한계 봉착에 따른 돌파구 마련 차원 일본, 동남아, 대만 등 글로벌 공략 러시 다양

2024-10-31     민경식 기자
쿠팡이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유통업계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진격나팔을 불고 있다. 이는 고물가, 출혈 경쟁, 소비 둔화 등 내수 시장이 침체되자 한류 열풍을 등에 업고 해외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시도로 읽힌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올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진행한 결과, 전망치가 83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전망치는 1분기(64), 2분기(73), 3분기(77)에 이어 4분기까지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여전히 기준치인 100에는 미치지 못한 상태다. 경기전망지수는 유통기업의 경기 판단과 전망을 토대로 수치화한 것이다.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 소매유통업 경기 전망을 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를 말한다. 이처럼 경영 환경에 먹구름이 짙어지자 유통업계는 해외 시장 확대에 강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과거 중국 시장에 의존했던 것과 달리 동남아, 북미, 일본, 중동 등 해외 시장 전략을 새로 짜는 모습이다. 담배·주류업계는 해외 시장에서 영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핵심 키(key)로 동남아 시장을 낙점하는 모양새다. 동남아 시장을 글로벌 핵심기지로 주목하는 배경에는 지리적 입지, 물가, 접근성, 인력확보 용이성 등이 거론된다. KT&G는 오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인도네시아에 신규 공장을 세우기 위해 최근 인니 투자부와 협약식을 맺었다. 인니 투자부가 투자지원 적극적인 의사를 전하자 KT&G 측은 인도네시아 신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계획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투자 금액, 방식, 대상 등 주요사항이 정해지면, 후속 절차를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신규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동남아 지역을 넘어 해외로 공급될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16일 사상 첫 해외 생산 공장을 짓기 위해 베트남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 산업단지 사업자와 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하이트진로는 글로벌 소주 시장 강화를 위해 지난달 싱가포르 법인을 신설했다. 하이트진로는 향후 10년 뒤 해외 소주 판매량은 작년 대비 3배 가까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또한 최근 연매출 약 1조원 규모 필리핀펩시(PCPPI) 경영권을 취득하고 내년을 글로벌 종합음료기업 도약 원년으로 삼았다. 베이커리 업계는 북미 시장에서 영향력을 늘리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벌이고 있다. SPC그룹은 2005년 LA에 첫 파리바게뜨 매장을 개장한 이래로 현재 130여개 현지 매장을 보유했다. 연내 160여개점 새 매장 출점을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2030년까지 북미 지역에 1000개 매장을 선보인다는 포부를 피력했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2004년 미국 진출을 기점으로 현재 26개주 100여개 매장을 가지고 있다. 연내 미국 현지 매장을 120개까지 확대하고, 파리바게뜨와 마찬가지로 2030년까지 1000개 이상 매장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최근에는 미국 조지아 주에 공장 설립을 발표하고, 연내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시장을 넓혀 캐나다에 첫 매장을 세우기도 했다. 이커머스 업계도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쿠팡은 잠재 성장성이 높은 대만 시장에 지난해 10월부터 로켓직구와 로켓배송을 개시했다. 빠른 배송·합리적인 가격·다양한 셀렉션을 내세운 덕분에 쿠팡 앱은 진출 반년만에 대만 현지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쇼핑 앱 1위를 기록했다. 또한, 중소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한 결과, 지난달 말 기준 대만에서 수출을 펼치는 중소기업이 1만2000곳을 돌파했다. 무신사는 지난해 9월에 글로벌 스토어를 개점하고 일본, 미국, 싱가폴, 태국 등 13개국을 대상으로 웹과 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무신사가 해외 시장 중에서도 주목하는 국가다. 2021년 1월 일본법인을 신설하고 입점 브랜드가 현지 시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인프라를 다졌다. K-패션을 전파하기 위한 차원에서 지난 4월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 팝업 스토어를 열고 성황리에 마무리하기도 했다. 현지 오프라인 매장 설립을 위한 다양한 논의·검토도 이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장기화와 소비 위축 등의 영향으로 내수 시장에 빨간불이 켜질 거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잠재력을 가진 해외 시장을 찾아 위기를 타파하려는 모습”이라며 “한류 문화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유통기업이 마케팅, 제품력, 고객 편의성 등 자체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확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