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대상 ‘0순위’ 규제는
수도권 입지·환경·지주회사가 대표적
규제총량제 등 시스템 정비 지적 나와
2015-01-08 고수정 기자
[매일일보 고수정 기자] 정부가 ‘규제 개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림에 따라 어떤 규제가 도마에 오를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수도권 입지 규제 △환경규제 △지주회사 규제 등이 대표적이다.다만 이러한 과제들은 국회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혀 규제 개혁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이참에 규제총량제와 의원입법 규제영향평가 등 규제 시스템 자체를 손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8일 기준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규제는 1만5065개에 이른다. 규제 등록제도가 도입된 1998년 말 1만372개에 비해 45% 넘게 늘어난 것이다.규제 가운데 행정규제는 5392개, 경제규제는 5012개, 사회적규제는 4605개이다. 경제 규제에는 진입규제(2126개), 거래규제(1594개)가 가장 많고 사회규제로는 환경규제(1112개)가 대표적이다.전국경제인연합회가 내놓은 ‘우리나라의 규제현황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이 느끼는 규제 개혁 체감도 추이는 2011년 110.5, 2012년 96.5, 2013년 92.2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기업 목을 죄는 규제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순위에서도 한국은 2009~2012년 140개국 중 평균 21위였으나, 같은 기간 정부규제 부담 부문 순위는 평균 109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기업들은 정부 규제 때문에 투자와 일자리 창출 의욕이 떨어진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기업의 설비투자 실적이 지지부진한 이유에는 경기 불확실성뿐 아니라 과도한 규제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정부가 지난해 4차례에 걸친 투자활성화 대책을 통해 산업입지, 환경, 관광, 중소기업, 의료, 교육 등과 관련한 정책과제 211건을 발굴해 규제 개혁에 나섰지만 아직 풀어야 할 규제가 많이 남아있다는 게 기업들의 주장이다.대표적인 것이 수도권 규제다. 수도권 지역 행위제한의 핵심인 수도권정비계획법, 공장증설을 막는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등 수도권 내 환경규제 등을 풀어야 수도권 개발과 함께 경제도 활성화된다는 것이다.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통한 지주회사 지분율·부채비율 규제 폐지도 기업들의 바람 중 하나다. 일반기업집단과의 형평성을 높이고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맞추자는 취지다.학교 근처에 호텔을 세울 수 있도록 하는 관광진흥법 개정과 서비스산업 연구개발(R&D) 활성화와 자금·세제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 등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정부 관계자는 “백지상태에서 규제개선을 검토할 계획인 만큼 모든 투자 관련 규제들이 대상에 들어간다”면서 “우선 시급한 것부터 차례로 풀고 경제도약에 필요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은 시간을 두고 해결책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직접 주재해 분야별로 막힌 규제를 풀겠다며 두 팔을 걷었지만 규제 개혁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정부가 나서서 추진하더라도 국회나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에 부딪히기 십상이라는 것이다.실제로 정부가 추진한 규제 개혁 중 대한항공의 7성급 호텔 건설 계획과 연결된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주위 학교의 면학 분위기를 해친다는 점에서 보류됐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의료 민영화 논란으로 국회 벽을 넘지 못했다.수도권 규제의 경우 폐지나 개선 추진 시 지방자치단체나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기존 규제를 정비하는 것 못지않게 새로운 규제가 신설되지 않게 하려면 규제총량제 도입 등 규제시스템 전체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새 규제를 도입하려면 상응하는 비용을 유발하는 기존 규제를 연계해 퇴출해야 하는 ‘원-인, 원-아웃’ 제도 등 총량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한국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박 대통령도 “규제총량제를 도입해 부문별로 할당량을 부여해서 관리하겠다”며 규제를 더 늘리지 않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의원입법으로 규제가 신설되면 관련 부처가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규제총량을 관리, 국회를 통한 ‘청부입법’을 막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정부는 규제총량제의 기본적인 방향만 정립한 채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아직 검토 중인 상황이다.영국의 ‘원-인, 원-아웃’ 제도는 총량에 대한 고려 없이 신규 규제와 퇴출 규제의 비용을 일대일로 매칭하는 구조이지만 한국은 부처별 규제등록 현황이 전산화돼 있으므로 부처별 총량 개수를 직접 규율하는 방식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