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물가상승률 3.8%…고유가 영향 등에 7개월 만에 최고치

2일 통계청 '10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 석유류 하락 폭 축소…농산물 가격 급등 "국제유가 등 외부 요인에 불확실성 커"

2024-11-02     염재인 기자
서울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고유가 등 영향으로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무력 충돌 장기화 우려에 석유류 가격 하락 폭이 축소된 데다, 이상기온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다. 통계청은 국제유가와 환율 등 대외적인 요인으로 향후 물가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37(2020=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8% 올랐다. 지난 3월(4.2%)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승 폭은 지난 8월(3.4%), 9월(3.7%)에 이어 더 확대됐다.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해 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후 8월(5.7%)부터 올해 1월(5.2%)까지 5%대를 이어갔다. 이후 2월(4.8%), 3월(4.2%) 4%대에 이어 4월(3.7%), 5월(3.3%)에는 3%대까지 둔화했다가 6월(2.7%)부터는 상승률이 2%대로 좁혀졌다. 그러나 8월(3.4%) 들어 다시 3%대로 반등한 뒤 9월에는 이보다 0.3%포인트(p) 더 오르면서 3개월 연속 3%대를 나타냈다.  석유류 가격은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장기화 우려가 물가를 올리는 상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석유류는 1년 전과 비교하면 1.3% 하락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 하락 폭은 7월 –25.9%, 8월 –11.0%, 9월 –4.9% 등으로 최근 3개월간 줄어들며 물가 상승 폭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 반대로 농축수산물은 7.3% 올라 전월(3.7%)보다 상승 폭을 확대했다. 이중 채소류는 지난해보다 5.3% 올랐지만, 곡물과 과실이 각각 12.8%, 25.8% 상승하면서 농산물 물가는 무려 13.5% 뛰었다. 이는 2021년 5월(14.9%) 이후 2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주로 사과(72.4%), 쌀(19.1%), 토마토(22.8%), 귤(16.2%), 파(24.6%). 상추(40.7%) 등 가격이 올랐다. 농산물 물가가 전체 물가 상승에 기여한 정도는 0.61%p다. 공업제품은 3.5% 상승했다. 아이스크림(15.2%), 우유(14.3%), 빵(5.5%)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가공식품은 4.9% 뛰었다. 휘발유(6.9%)는 올랐으나 경유(-7.9%), 자동차용 LPG(-11.8%), 등유(-9.8%) 등 가격이 떨어지면서 석유류 물가는 1.3% 내려갔다. 다만 하락 폭은 9월(-4.9%)보다 축소됐다.
소비자물가
전기료(14.0%), 도시가스(5.6%), 상수도료(4.6%) 등 전기·가스·수도는 9.6% 올랐다. 지난해 10월 요금 인상 기저효과로 전월(19.1%)보다 상승 폭이 크게 둔화했다. 상품과 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4.7%, 3.0% 상승했다. 서비스 물가 중 공공서비스 물가는 2.2% 상승했다. 2021년 10월(6.1%) 이후 2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유치원 납입금(-9.7%), 국제항공료(-4.0%)는 내려갔으나, 시내버스료(11.3%)와 택시료(20.0%) 상승폭이 컸다. 개인서비스는 4.1% 올랐다. 외식 물가와 외식 제외 물가 상승률은 각각 4.8%, 3.7%로 집계됐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3.6%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3.2% 올랐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6% 상승했다. 전년 동월 기준으로 식품 이외 부문에서 물가가 3.8% 상승한데 비해 식품은 5.8% 상승 폭을 보여주며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특히 농축수산물 항목에서 지난해 같은 달보다 7.3% 오른 영향이 컸다. 해산물, 채소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1% 올랐다. 상승 폭은 지난해 9월(12.8%)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컸다. 특히 이상기온으로 수확량이 감소한 신선 과실이 26.2% 오르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이는 2011년 1월(31.9%) 이후 12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통계청은 "전기·가스·수도 가격이 지난해 10월 요금 인상 기저효과로 전년 동월 대비 상승 폭은 둔화됐으나, 농산물 상승률이 증가했다"며 "석유류 하락 폭도 축소되면서 상승률이 전월보다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제유가, 환율 등 외부적 요인이 많이 작용하면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