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총선 기구 띄우며 '선거 모드'…내부 갈등 분위기도 고조

총선 실무 기구에 친윤-친명 인사…당내 반발 기류 與 '혁신안', 野 '자객 공천'으로 뒤숭숭…내홍 격화 가능성

2024-11-02     이태훈 기자
김기현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여야가 인재영입위원회와 총선기획단 등 총선 실무 기구를 출범시키며 본격적인 선거 준비 체제에 돌입했다. 다만 여야 모두 기구 수장으로 각각 친윤석열계(친윤계)와 친이재명계(친명계) 핵심 인물을 앉히면서 공천을 둘러싼 당내 계파 갈등 분위기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2일 내년 총선에 대비한 인재영입위원회를 발족하고, 위원장에 '김기현 1기 지도부'에서 사무총장을 지낸 친윤계 이철규 의원을 임명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의원은 전직 사무총장으로 인재 영입 활동을 오래전부터 계속해 왔기 때문에 업무 연속성 등을 감안했다"며 "당이 쉽지 않은 상황에 총선에서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국회를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분을 영입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이해해 달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당내에서는 곧바로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친윤계 핵심으로 꼽히는 이 의원이 인재 영입 작업을 총괄할 경우 이른바 '친윤 검찰 공천설'이 결국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난 이 의원이 불과 2주 만에 핵심 당직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도 함께 나온다.  당내 비주류인 김웅 의원은 페이스북에 "심기에 거슬리면 같은 당 의원도 내쫓겠다고 겁박하는 이 의원이 과연 어떤 인사를 영입하겠나"라며 "결국 시키는 대로만 하는 윤심 100% 인사만 영입하겠다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또 "무엇보다 강서구 보선 결과의 책임을 지고 임명직 당직자들을 물러나게 한 것이 불과 2주 전이다. 이 의원은 가장 중요한 당직인 사무총장을 맡고 있었다"며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 의원을 보름 만에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올린다는 것은 유권자를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전 대표도 "임명직 당직자 사퇴한다더니 다시 슬그머니 한 달도 안 돼서 들어오는 거 보니 (이유는) 세 가지다"며 "사람이 없다. 먹고살 만해졌다고 생각하나 보다. 역시 노답(답이 없다)"이라고 질타했다. 더욱이 이 의원의 인재영입위원장 임명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군불을 때는 '영남 스타 스도권 출마론'과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금지' 검토와 맞물리면서 '검찰 공천설'에 힘을 싣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당선 가능성이 높은 영남 지역을 무주공산으로 만든 뒤 친윤계 검찰 출신 인사들을 대거 공천하는 그림이 아니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상황은 비슷하다. 친명계 조정식 사무총장의 교체 없이 총선기획단을 그대로 출범시키면서 조 총장이 관례대로 총선기획단장을 맡았다. 비이재명계가 총선기획단 구성 전부터 조 총장의 교체를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표가 소위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에도 당 통합을 천명한 만큼, 조 총장을 교체해 비명계의 공천 불이익이 없다는 점을 행동으로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는 이유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이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총선기획단 구성은 총선기획단이 아니라 친명기획단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구성"이라며 "조 사무총장은 지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사태 책임을 져야 할 분이며, 사임해야 하는 분"이라고 강하게 반발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다른 비명계 의원들도 공개 비판을 자제하고 있지만 총선기획단 구성이 친명계 일색이라고 불만을 성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당에 '검찰 공천설'이 있다면, 야당에는 친명계 인사를 비명계 현역 의원 지역구에 출마시키는 '자객 출마설'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이상민 의원 지역구(대전 유성을)에는 이경 상근부대변인이, 윤영찬 의원 지역구(경기 성남 중원)에는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송갑석 의원 지역구(광주 서구갑)에는 강위원 이재명 대표 특보가 이미 도전을 공식화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총선기획단이 친명계의 '자객 출마' 등을 지원하는 그림이 나오면 계파 간 내분이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