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도 美도 금리인하 선긋기…국제유가 폭등 땐 추가인상 불가피

파월 “전혀 생각하지 않아”, 이창용 “인하 기대말라” 한미 금리차 여전히 최대폭...한은 셈법 더 복잡해져

2024-11-02     이광표 기자
한국과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금리 인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고금리의 장기화를 시사했다. 다만 시장은 ‘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이며, 증시는 안도 랠리를 펼쳤고, 국채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연준은 지난달 31일과 1일 이틀에 걸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최근 지표에 따르면 3분기에 경제 활동이 ‘강한 속도(strong pace)’로 확장된 것으로 나타났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2%대 물가 상승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준 금리를 유지하고 향후 영향을 계속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7번 열린 FOMC 정례회에서 6월, 9월 회의에 이은 세 번째 금리 동결이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5.25~5.50%로 한국과 금리 격차를 최대 2.0%포인트로 유지했다. 연준이 11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은 이미 예견돼 왔기 때문에 시장은 파월 연준 의장이 올해 마지막 FOMC 회의가 될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과 향후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발언에 이목이 쏠렸다. 연준은 9월 내놓은 경제요약전망(SEP) 점도표에서 연말 한 차례 금리 인상해 올해 최종 금리가 5.50~5.75%까지 오를 것을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제롬 파월 의장은 “점도표의 효력은 시간이 지나면 퇴색할 수 있다. SEP는 멀리 내다보는 큰 그림일 뿐”이라며 “12월에 새로운 점도표가 나올 것이고, 아직 향후 회의에 대해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는 12월 금리 동결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고금리의 장기화’ 견해는 강조했다. 연준이 12월에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이제 금리 인상은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파월 의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그는 “위원회는 전혀 금리 인하에 대해 생각하거나 거론하지 않고 있다. 우리의 초점은 여전히 미국 물가상승률이 2%대에 도달하기 위해 충분히 제약적인 정책을 유지하고 있느냐 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리를 동결했다가 다시 올리는 게 어려울 거라는 생각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어 파월 의장은 “아직 (현 금리가) 충분히 제약적인 상황에 놓여 있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2%대 물가 정책 목표까지 도달하기엔 갈 길이 아직 멀다”고 말했다. 연준의 2차례 연속 금리 동결에 한은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미 연준이 금리 동결에 나서 한은도 동결 기조를 이어가면 되지만 연준이 금리 인상 불씨를 완전히 꺼뜨리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올해 남은 한은 금통위는 11월30일 한 차례 남아있다. 연준은 다음달 12~13일 올해 마지막 FOMC만 남겨 둔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한·미 금리 역전차는 2.25%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질 수 있다. 한미 금리 역전차가 장기화할수록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기 둔화 우려는 한은이 고금리를 지속하기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고금리가 장기화할수록 민간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수 있어서다.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의원(더불어민주당·세종특별자치시을)에게 제출한 '최근 20년 한국 포함 주요국 연도별 국내총생산(GDP)갭 현황'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 6월 한국의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을 각각 1.9%, 1.7%로 추정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지난 10일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고 내년 한국이 2.2%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직전 전망치였던 2.4%에서 0.2%포인트 내렸다. 다만 5명의 금통위원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크게 뛸 경우 성장보다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가가 기존 경로를 이탈할 가능성이 커지면 추가 금리 인상을 감안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기준금리 인하엔 선을 긋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1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가 떨어져서 비용부담이 적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경고하겠다"라며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에게 경고 메시지를 냈을 정도다. 상환능력 이상으로 돈을 빌려 부동산에 투자하는 행태에 대해 "금리가 빠르게 떨어질 것이라 보면 안 된다"면서 작심 발언한 것이었다. 이 총재는 당시 "집값이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자기 돈이 아니라 레버리지(대출을 일으켜)로 투자하는 분들이 많은데 금리가 떨어져서 비용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점에는 경고를 한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오히려 가계부채가 안 잡히면 추가 금리인상을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장에서 “먼저 (부동산) 규제 정책을 다시 타이트하게 조정하고, 그래도 가계부채 늘어나는 속도가 잡히지 않으면, 그때는 심각하게 금리 인상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