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맥경화’ 부동산 시장… 고금리도 답답한데 규제완화 하세월

실거주의무 폐지·재초환 완화법 데드라인 한 달

2023-11-05     나광국 기자
재건축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원활한 주택공급을 위해 정부가 추진했던 실거주 의무 폐지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법 개정안이 수개월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시장 혼란도 커지고 있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서 규제까지 안 풀리면서 시장 '돈맥경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는 오는 22일과 29일 그리고 12월 6일 열릴 예정이다. 현재 법안심사소위에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과 노후신도시 정비를 위한 특별법,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계류돼 있다.

재초환법 개정안은 부담금이 면제되는 금액 기준을 기존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고 부과 구간 단위를 기존 3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상향, 장기보유 1주택자는 주택 준공시점부터 역산해 보유기간에 따라 부담금을 추가 감면하는 내용이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과 공공재개발사업 일반분양 주택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내용도 있다.

모두 현정부 핵심 부동산 정책들이지만, 지난 5월 소위 상정을 끝으로 더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 연내 법안 처리가 무산되면 230일 후인 오는 2024년 6월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문제는 법안 심사가 미뤄지는 사이 집값이 오르고 자잿값은 인상되면서 공사비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재초환 부담이 커지면서 재건축을 앞둔 단지들은 사업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개인 분담금이 커질수록 사업 추진에 따른 부담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분담금 부담으로 조합들이 정비사업을 더 미룰 경우 추후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초환과 함께 주택시장 공급 확대를 저해하는 규제로 꼽히는 실거주 의무도 논의가 늦어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분양권 전매제한을 완화하면서 실거주 의무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전매제한 해제로 아파트를 팔 수 있어도 실거주 의무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즉, 두 법안은 패키지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데 실거주 의무 폐지가 국회 문턱을 장기간 넘지 못해 정책 실효성이 떨어졌다.

실제로 오는 12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과 성북구 장위자이레디언트 등 전매제한에서 해제되는 단지들이 나오지만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 미처리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최근 실거주 의무와 관련된 문의를 많이 받고 있는데 지금 상황으로 볼 때는 낙관적이지 않다”며 “현 정부 출범 당시 규제완화를 외쳤다가 대출도 다시 조이고 일부 규제는 아직 풀지도 않으면서 뭔가 오락가락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건축 부담금 면제금액 상향과 부과 구간 확대 등의 규제완화 개정안은 국회에서 막바지 타결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시장의 요구가 거세고 규제완화에 반대하는 야당도 해당 법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을 하고 있어서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야당을 설득하지 못하는 사실 자체가 부동산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려 시장 혼란을 부채질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