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삼성·SK, D램 시장 주도권 경쟁…고부가 제품 패권 노린다
SK하이닉스, HBM·DDR5 등 고부가 주력 제품 투자 확대 삼성전자, 2024년 HBM 공급 역량 올해의 2.5배 목표
매일일보 = 신영욱 기자 | IT 수요 침체로 얼어붙었던 반도체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에 접어들면서 관련 제품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기본적으로 제품 가격 자체가 높은 데다 시장의 향후 성장 잠재력도 확실해 생산성과 수익성 증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련 기업들도 고부가 가치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HBM(고대역폭 메모리), DDR5 등 고부가 제품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달 26일 진행한 3분기 실적발표에서 고부가 제품에 대한 투자 확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공정 전환 속도를 높이면서 HBM과 DDR5,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LPDDR)5 등 고부가 주력 제품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는 구상이다. D램 10나노 4세대(1a), 5세대(1b) 중심으로 공정을 전환함과 동시에 HBM과 실리콘관통전극(TSV) 등의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엔비디아 등 고객사는 선수금을 지원해 SK하이닉스의 투자를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 출하 예정인 HBM3E 제품이 이미 순풍을 타고 있다. 컨퍼런스콜 당시 SK하이닉스 측은 “현시점에서 내년 HBM3와 HBM3E CAPA를 볼 때 이미 솔드아웃됐다고 말할 수 있다”며 “고객들의 추가 수요 문의도 들어오고 있어 수요 기반 관점에서 보면 확실한 가시성을 가지고 있다”설명했다.
삼성전자 역시 SK하이닉스를 따라잡기 위한 본격적인 시장 경쟁에 나선다. 우선 HBM 생산 능력을 끌어올린다. 오는 2024년에는 올해보다 2.5배 이상 높은 HBM 공급 역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보수적인 설비 투자 기조임에도 HBM 등 신기술 관련 투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진행한 올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 “내년 HBM 증설 물량은 이미 주요 고객사와 공급 협의가 완료됐다”며 “HBM3 비중은 내년 상반기에 전체 HBM 판매 물량의 절반을 넘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3E을 10나노미터(㎚) 공정 기반 4세대급(1a) D램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이미 9.8초당기가비트(Gbps)를 구현한 24기가바이트(GB) 8단 시제품을 고객사에 전달했다. 이는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에 해당한다. 특히 향후에는 12단 36GB 제품도 개발해 내년 1분기 고객사 품질 검증을 의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이 고부가 제품에 집중하는 것은 생산성과 수익성 증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3분기 D램 사업 흑자 전환에 성공한 SK하이닉스의 경우 HBM이 효자 노릇을 했다. 더욱이 HBM과 DDR5 등의 경우 당장의 수요는 물론 향후 시장 성장성까지 기대할 수 있다.
AI 열풍이 이어지며 HBM과 DDR5 위주의 차세대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서다. 해당 제품들은 현재 시장이 초기 상태다 보니 당장 전체 D램 중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AI 시장 자체가 꾸준한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HBM 등 관련 제품 시장 역시 한동안 큰 폭의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실제 대만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는 최근 ‘2024년 테크트렌드’로 AI와 6세대 이동통신(6G),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등을 지목하며 그중에서도 AI의 시장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렌드포스는 “2023년 AI 서버 출하량이 전년 대비 37.7% 증가한 120만대를 넘어 전체 서버 출하량의 약 9%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2024년에는 여기서 38% 더 증가해 AI가 전체 서버 중 12%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또 시장조사업체 모르도인텔리전스는 HBM 시장 규모가 올해 20억4186만달러에서 2028년 63억1250만달러로 연평균 25.4%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서비스 확대되는 속도가 올해 초반 챗GPT 등장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며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HBM3 제품을 작년부터 최초 양산해 공급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시장이 크지 않았는데 올해 들어 확 커진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특히 HBM의 경우 또 다른 최신 제품인 같은 용량 DDR5와 비교해도 가격이 6~7배가량 높고, 일반 D램보다 비싼 서버용 D램과 비교해도 몇 배는 더 비싸다”며 “때문에 최근 D램 업계에선 내년 전략이나 중장기 고부가 가치로 무엇을 주력할 것인지를 논할 때 HBM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