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승부수’ 필요한 롯데, 연말인사 관전포인트는

임원 인사 임박…장남 신유열 상무, 유통 데뷔 여부 주목 유통군 실적악화…대대적 인적 쇄신 통한 활로 모색 관측

2024-11-05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신세계와 현대백화점그룹이 정기 임원 인사에서 주요 대표를 갈아치우는 초강수를 둔 가운데, 다가올 롯데그룹 인사에도 대대적인 변화와 쇄신이 이뤄질지 업계 안팎으로 귀추가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어떤 중책을 부여받을지 관전포인트다. 그룹 핵심 사업군인 롯데 유통 부문에서도 주요한 역할을 맡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롯데는 11월말~12월초에 그룹 정기인사를 단행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인사를 보다 일찌감치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13년간 유지해온 재계 순위 5위를 포스코그룹에 밀려 6위로 하락한 데다가 주요 계열사별 실적 부진도 이어지고 있어 강력한 인적 쇄신에 가속이 붙을 거라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그룹의 주축인 유통 계열사를 중심으로 대폭 인사가 날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현재 김상현 롯데유통군 총괄대표 겸 부회장, 정준호 롯데쇼핑 대표, 최홍훈 호텔롯데 월드사업부 대표, 나영호 롯데온 대표 등이 내년 상반기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롯데쇼핑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비 대비 30.8% 줄어든 514억원을 기록했다. 동기간 매출액은 3조62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감소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올해 인사가 언제 정도로 예상된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현재까지 없는 상황”이라며 “조금이라도 알거나 그러면 힌트성이나 이렇게도 이야기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상황이 아니다 보니 이번 인사 발표 시점이 작년 인사 시기와 비슷하다는 얘기를 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롯데 인사 발표에는 지난해 진급한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에 시선이 쏠린다. 신 상무는 1986년생으로 일본 게이오 대학에서 수학한 뒤, 12년간 노무라 증권에서 근무하며 역량을 다졌다. 2020년 일본 롯데홀딩스 기획 담당 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상무보(롯데케미칼 일본지사)를 거쳐 상무(한국 롯데케미칼)로 승진하며 후계자 수업을 단계적으로 밟아가고 있다. 신 상무는 국내외 경영 보폭을 늘려가는 등 그룹 내 입지를 키우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22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치러진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롯데몰 웨스트레이크) 정식 개장 기념행사’에 신동빈 회장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면서 향후 유통 분야까지 업무를 챙기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날 신 회장도 취재진을 만나 “아들은 여러 가지 공부를 하고 있는 상황으로 (유통 부문도) 앞으로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신 상무가 이번 인사에서 유통 요직에 올라 활동폭을 넓혀가게 되면, 본격적인 경영 검증대 위에 설 것으로 보인다. 국내 유통 생태계는 쿠팡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만큼, 롯데를 비롯한 신세계·현대 등 전통 유통기업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 상무가 혁신적인 사업을 이끌어내 오랜 기간 이어왔던 ‘유통 명가’로서 자존심을 다시 세울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롯데 측은 신 상무의 향후 유통 부문 경영 확대 여부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최근 신 회장 발언 때문에 그렇게 보는 시각이 있지만, 당시 현장에서 닫혀진 질문에 대한 열린 대답 차원의 답변이었다. ‘앞으로 할 수 있다’ 정도의 답변인 것이다”라며 “가까운 미래에 신 상무의 유통 부문 경영 확대가 본격화 된다는 뜻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상무의 행보가 최근 노출되는 것은 맞지만, 유통 부문까지 경영 보폭을 넓혀갈지에 대해선 아직 모르는 부분”이라며 “현재 여러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