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 네타냐후, '고공' 젤렌스키···전쟁 후 거취 갈릴까

이스라엘 국민 76%, 네타냐후 퇴진 요구···젤렌스키 81% 지지 네타냐후, 전쟁 후 실각 가능성···연임 향하는 젤렌스키와 대조

2024-11-05     이태훈 기자
베냐민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각각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도자들 간 희비가 극명히 갈리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적의 기습공격을 막지 못한 데 대한 질타를 받는 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웅으로 추앙받으며 지지율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두 정상의 희비가 엇갈리며 이들의 전쟁 후 거취에도 이목이 쏠린다.

5일 복수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인해 '일단 단결'하고 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하마스의 공습을 대비하지 못해 대규모 민간인 피해를 막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하마스는 유대교 안식일인 지난달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대한 대대적 공격을 감행했는데, 이를 예측하지 못한 이스라엘은 민간인이 대다수인 국민 1400여명의 희생자를 냈다. 이스라엘 국민들은 참사를 막지 못한 책임을 정권 최고 책임자인 네타냐후 총리에 묻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안보 실패 책임을 군 정보당국에 떠넘기는 소셜미디어 글을 썼다가 십자포화를 맞고 삭제하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이전부터 국민 신뢰를 잃어가고 있었다. 2021년 다수 부패 혐의로 권력을 잃은 네타냐후 총리는 기존 정치권이 거리를 두던 극우 세력 등을 결집해 지난해 12월 다시 정권을 잡았다. 이후 네타냐후 정권은 사법부 권한 축소를 추진하며 국민적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쌓여가던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국민 불신이 이번 공습 방어 실패로 폭발하며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 인생이 곧 끝을 맺을 거란 평가도 나온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서방 글로벌 매체들은 이스라엘이 하마스 궤멸에 성공하더라도 네타냐후 정권이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실각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제로 최근 이스라엘 '채널13' 방송이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76%가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원하고 있으며, 64%는 전쟁이 끝나는 대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고 답했다. 4일 수도 텔아비브에선 대규모 정권 규탄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반면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흔들림 없는 입지를 과시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지난 7~8월 미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 우크라이나 국민 10명 중 8명 이상(81%)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전쟁 발발 초기 '도망가지 않는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절대다수 우크라이나 국민이 믿음을 보낸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대선 결선투표에서 73%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지만, 집권 이후 약속했던 부패 청산이 지지부진하며 점차 신뢰를 잃어갔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발발 직후 리더십을 보이며 지지율을 큰 폭으로 끌어올렸고, 이는 내년 3월 예정된 대선에서의 연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전쟁으로 정치 생명에 치명타를 입은 네타냐후 총리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전쟁 중인 두 국가 지도자의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종전 후 각 국민의 정권 지지도에 따라 국가 재정비 속도에도 차이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