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다시 한파…회사채 순발행 1년만에 최저

우량社도 고금리 발행…은행채 쏠림에 자금조달 환경 악화

2024-11-05     이광표 기자
회사채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미국발(發) 국채금리 급등과 은행채 한도 폐지로 10월 회사채와 캐피탈채 순발행 규모가 작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국고채 금리가 크게 상승하면서 국채 외 채권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회사채 발행에 나선 일부 우량 기업들은 예상보다 높은 금리로 발행하고 있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 달간 회사채(일반 회사채 기준)는 2조9493억원 순상환됐다. 이는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 경색이 일어났던 지난해 10월(5조4천304원 순상환) 이후로 가장 큰 규모다. 회사채가 순상환됐다는 것은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보다 이미 발행한 회사채를 상환한 규모가 더 컸다는 뜻이다. 통상 순상환은 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으로 빚을 갚고 있어 현금흐름이 나아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되지만, 최근 크레딧시장이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요 증발로 인해 신규 발행 자체가 어려워진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차를 뜻하는 크레딧 스프레드(무보증·3년물·신용등급 AA- 기준)는 지난 9월 말 77.5bp(1bp=0.01%포인트)에서 10월 말엔 83.2bp로 5.7bp 확대됐다. 신용등급 AA급 이상의 우량기업도 민간 채권평가사들이 매긴 금리 평균(민평금리)보다 높은 금리에 회사채를 찍는 '오버 발행' 사례가 속출하기도 했다. AAA의 초우량 신용도를 갖추고 있는 SK텔레콤은 지난달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3·5·7·10년 만기 회사채 가운데 3년물과 5년물 금리가 민평금리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발 채권 약세장이 지속되면서 크레딧 스프레드 역시 확대되고 있다"며 "국채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으면서 크레딧에 대한 수요도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오버 발행을 감수하면 수요가 확보되고 있다는 점에서 약세장이지만 작년 하반기와 같은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별도의 수신 기반 없이 자금 조달 대부분을 채권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 금융회사들의 조달 환경도 악화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이달 들어 여전채 금리가 오르고 발행이 감소하는 등 조달환경이 악화한 것은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 폐지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초우량물인 은행채 발행이 늘면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여전채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게 된다. 은행채 발행은 지난달 크게 늘면서 10월 한 달 동안 7조4천493억원이 순발행됐다. 10월 은행채 발행 규모(23조8500억원)는 만기물량인 16조4007억원의 145% 수준이다. 3분기까지 분기별 만기도래액의 125%로 묶여있던 은행채 발행 한도가 지난달부터 폐지되자 발행 물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정윤정·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여신 전문 업체는 수신 기능이 없어 여전채 발행으로 자금 조달을 하기 때문에 금리 상승이 조달 비용 확대로 이어진다"며 "대출상품 금리를 올려 가격에 전가하기에는 최고 금리가 정해져 있고 연체율 상승에 따른 자산 건전성 저하 우려로 이어질 수 있어 즉각적인 반영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