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대규모 구조조정 초읽기…PF發 부실 우려 최고조

중소형 저축은행 잇달아 자본잠식...M&A 태풍 예고 업계 "비수도권 경쟁력 강화 위한 제도적 지원 절실"

2024-11-05     이광표 기자
저축은행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부실 저축은행이 계속 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등록된 ‘79개 저축은행 체제’도 8년 만에 균열이 생길 조짐이다. 

지난해부터 고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인한 ‘빚 폭탄’이 터질 거라는 우려가 현실화 되는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면서 자산 규모 하위에 있는 중소형 저축은행들의 부실 위험도 고조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악화한 곳이 1년 새 3배나 늘었다. 79개 저축은행 중 고정이하여신비율이 8%를 넘는 곳은 올해 2분기 기준 총 15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5곳)보다 10곳 늘어난 것으로, 부실 자산이 많은 저축은행의 수가 1년 새 3배가량 늘었다는 의미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액이 대출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업계에 이 비율이 8%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건전성 악화는 상대적으로 자산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들에서 두드러졌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 8%를 넘는 15곳 중 13곳이 자산규모 기준 30위 이하 저축은행에 속했다. 자산 규모로는 1조6000억 원을 넘지 않는 중소형 저축은행이다. 이미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부실이 현실화한 저축은행도 4곳에 달한다. 자본잠식은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은 상태로, 적자가 쌓이면서 기업이 원래 갖고 있던 자본금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잠식률이 100%에 가까워질수록 영업을 영위하기 어려운 수준임을 의미한다. 다만, 금융당국에 의해 '자본잠식'이라 판단된 저축은행은 현재까지 없다. 당국은 자본잠식 여부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로 따지는데,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은 저축은행 4곳의 BIS 비율은 모두 기준치를 충족한 상황이다. BIS비율은 자기자본을 대출이나 지급보증과 같은 위험자산으로 나눈 백분율로, 규제비율은 7~8% 수준이다.  부실 저축은행이 늘어나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자본이 잠식된 저축은행의 대표적 회생안 중 하나가 M&A이기 때문이다.  한 대형저축은행 관계자는 “자산규모 상위사들은 어느 정도 버틸만하지만, 자산 규모 하위 저축은행들의 상황은 심각한 수준일 것”이라며 “하반기 부실 정도가 심한 중소형저축은행의 인수합병이 이뤄져 전체 저축은행 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업권 전체 실적이 저조하기 때문에 부실 저축은행 인수가 활발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총자산 규모 상위 10개 저축은행들도 올해 당기순이익이 2분기에만 112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당기순이익 합계 2804억 원 대비 급감한 수준이다. 3분기 실적 역시 좋지 않다.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주계열 저축은행 4곳(KB·신한·하나·우리금융)은 올 초부터 3분기까지 207억 원 순손실을 기록해 전년 동기(849억 원) 대비 적자전환했다. 한 저축은행중앙회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저축은행과 지방 저축은행 모두 인수 의사를 밝힌 금융사들이 몇 군데 있었지만, 최근에는 실적이 좋지 않다 보니 지난해보다는 ‘조금 더 지켜보자’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라며 “앞으로 대출 부실이 심각하거나 증자 여력이 되지 않는 저축은행들이 시장에 매물로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금융당국의 확실한 성장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저축은행의 부실채권(NPL) 민간 매각을 허용했다. 기존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만 매각할 수 있었던 개인연체채권을 민간 NPL 회사에도 팔 수 있도록 길을 터줘 건전성 관리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7월엔 비수도권 저축은행과 부실 저축은행에 한해 인수합병(M&A) 허용기준을 완화했다. 자금중개기능을 향상하고 합병 등을 통해 특히 비수도권 저축은행의 경영 건전성을 높이려는 의도다. 규제 완화에 업계는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비수도권 중·소형 저축은행 경쟁력 강화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실제 M&A에 대한 수요는 저축은행들 사이에서 많지 않은 상태다. M&A를 통한 정리가 시급한 저축은행은 주로 지방에 영업기반을 둔 중·소형사들이다. 업권 전반의 건전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이들 저축은행을 인수해 영업구역을 확대하고자 하는 금융사는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건전성 관리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 부실 수준이 큰 비수도권 저축은행을 M&A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고 설명했다. 자산규모 하위 20개 저축은행의 연체율 단순 평균값은 6.3%. 자산총계가 23배가량 큰 상위 20개 저축은행 5.08%보다 1.22%포인트(p) 높다. 연체율이 높은 자산규모 하위 20개사는 2곳만 영업구역이 인천·경기이고 나머지는 지방이다. 반면 상위 20개사는 서울(14곳), 인천·경기(6곳)로 모두 수도권에 영업기반을 두고 있다.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제도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지방의 한 중ㆍ소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수도권 집중화 현상으로 지방 저축은행 영업 환경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균형발전을 위해 비수도권 지역 기반 저축 은행들에 대한 당국의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