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내년 상반기까지 전 공매도 금지"…與 총선 이슈 선점
5일 비공개 고위당정협의회 열어 6일부터 모든 주식시장 전면 금지 '메가 서울' 이어 총선 이슈 선점 앞서
2023-11-05 문장원 기자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국민의힘과 정부가 5일 비공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한시적으로 주식시장의 공매도 금지를 결정했다. 당장 오는 6일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증기 전체 종목에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다. 김포를 서울에 편입시키는 '메가 서울' 이슈에 이어 내년 총선을 겨냥한 이슈 선점에서 야당보다 한 발 앞서 나가는 모양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후 4시에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개최했다"며 "이 자리에서 당은 정부에 그간 공매도와 관련해 지적돼 왔던 여러 제도적 문제점을 개선해 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고 전했다. 유 의장은 "시중에서 나오는 모든 문제에 대해서 가감 없이 전달했다"며 "정부에서 저희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여 줄 것을 얘기했다"고 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판 뒤 차익을 노리는 투자 기법으로, 최근 BNP파리바, HSBC 등 글로벌 IB의 수백억 원대 불법 공매도 사실이 적발되며 개인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고위 당정 직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공매도 전면 금지안을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이날 임시금융위원회를 열고 '증권시장 공매도 금지 조치'안을 의결했다. 당장 6일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전체 종목에 대해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다. 이날 공매도 한시적 금지 결정은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것으로 지난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간사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저희가 이번에 김포 다음 공매도로 포커싱하려고 한다"는 문자메시지를 장동혁 당 원내대변인에게 보내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바 있다. 여당 내에서도 고위당정 개최 전부터 공매도 제도 개선 주문이 이어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투자자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손실과 손해를 입고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불법으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게 확인된 것"이라며 "불법 공매도로 인한 피해자(투자자)가 있는데 국회가 그냥 두고 봐서는 안되기에 '투자자 피해 없는 공매도 제도'를 마련할 때까지 '한시적 중단'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윤상현 의원 역시 자신의 SNS에서 "최근 BNP파리바, 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이 조직적으로 장기간 불법 공매도한 사실이 적발돼 파장이 일고 있다"며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비롯해 실질적인 불법 공매도 근절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본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금융 당국이 일벌백계해 불법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불법 적발 시 이익 환수, 형사 처벌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개미 투자자 표심을 겨냥해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이끌어 내면서 '메가 서울'과 함께 총선 판 전체를 흔들 이슈를 선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한시적인 공매도 금지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주장했던 내용이어서 민주당 입장에서 무조건 반대하기 어렵다.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선량한 개미를 보호하기 위해 대선 때 약속했던 공매도에 대한 한시적 금지와 같은 대책들을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