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구독료 줄줄이 오른다…'스트림플레이션' 오나

넷플릭스·디즈니+, 가격 인상·계정 공유 금지 본격화 티빙도 내달부터 인상…웨이브·왓챠 합류 여부 주목 업계 "생존 위해 어쩔 수 없어…수익성 개선 시급" 이용자들 "다른 서비스 이용하거나 구독 안 할 것"

2024-11-06     이태민 기자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의 구독료 인상 흐름에 토종 OTT도 동참하면서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용자들의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일각에서는 구독 해지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최근 한국에서도 '계정 공유 금지' 정책을 시행키로 했다. 각 요금제당 할당된 1개 가구 외 제3자 구독에 대해선 인당 5000원을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프리미엄 요금제 기준 월 구독료가 최대 1만원 증가한다. 한 집에 살지 않는 지인 등과 계정을 공유하던 이용자들은 새로 회원가입을 하거나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디즈니플러스도 지난 1일부터 계정 공유 유료화에 합류했다. 디즈니플러스는 최근 한국 구독자들에게 '이용약관 변경·취소 및 환불 정책 변경 안내'를 보내 계정 공유 금지 조항 신설을 공지했다. 다만 기존 구독자의 경우 이전과 같은 가격으로 구독이 가능하며, 구독을 취소하고 새롭게 구독을 시작하는 경우 신규 가입자들과 마찬가지로 인상된 가격으로 결제해야 한다. 이들의 움직임은 실질적인 가입자 수를 증가시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실제 넷플릭스는 지난 5월부터 광고형 요금제와 계정 공유 금지 정책을 도입한 결과 지난 2분기 가입자 590만명이 유입됐다.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월 실적 발표 당시 "계정 공유 행위 단속을 통해 서비스 수익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글로벌 OTT의 계정 공유 제한 정책이 본격화하자 토종 OTT들도 '요금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는 비용이 증가한 데다가 불법 스트리밍 서비스 등으로 적자가 이어지고 있어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티빙·웨이브·왓챠 등 국내 주요 OTT 3사의 영업적자는 지난 2020년 385억원에서 지난해 2964억원으로 급증했다. 또 3사의 콘텐츠 투자액은 2020년 2071억원에서 지난해 6720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토종
가장 먼저 요금 인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곳은 토종 OTT 1위로 꼽히는 티빙이다. 티빙은 다음달 1일부터 신규 가입자의 구독료를 인상한다고 밝혔다. 웹 결제 가격 기준으로 베이직 요금제는 현재 월 7900원에서 월 9500원으로 20.3% 인상, 스탠다드는 월 1만900원에서 월 1만3500원으로 23.9% 인상된다. 프리미엄은 월 1만3900원에서 22.3% 오른 월 1만7000원이다. 웹 결제시 앱 결제보다 할인해주던 정책도 없앴다. 아울러 광고를 보는 대신 이용요금을 낮출 수 있는 광고형 요금제(월 5500원)도 내년 1분기 중 도입할 예정이다. 웨이브·왓챠 등은 아직 요금 인상안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수익 악화가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향후 요금 개편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이 서비스 요금을 인상하면 동종 기업들 또한 비슷한 가격대로 요금을 올리는 게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OTT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은 그대로인데 제작 원가가 늘어나면서 적자가 심화되는 구조라 구독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그동안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과 소비자 선택 다양성 등을 고려해 적자를 감수해 왔지만,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껴서 대책을 강구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구독을 해지하겠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이들이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가 계정을 나눠 쓰며 경제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정 공유 금지와 요금 인상이 병행되면 굳이 구독을 이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빅데이터 전문기업 TDI가 자체 개발한 메타베이(Metavey)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참여자의 90% 이상이 OTT 이용 요금이 5000원 이상 오르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주 사용 OTT의 요금이 인상 허용 범위'를 묻는 질문에 '다른 OTT를 이용할 것'이라는 응답이 62%를 차지했다. 이어 △5000원 이내 29% △1만원 이상 6% △5000원 이상 1만원 이내가 3%로 뒤를 이었다. OTT 공유 계정 이용자인 정서윤(31)씨는 "계정 공유 기능이 과거의 유료 영상 서비스들과 차별화되는 특장점이었는데 이에 불만을 느껴 구독을 해지한 사람들이 다시 돌아올지는 의문"이라며 "구독료가 전체적으로 오르는 추세라면 아예 서비스 자체를 구독하지 않을 수도 있다. 고물가로 생활비용에 부가비용 부담까지 커지면 후자를 포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