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출신 6선 박병석, 총선 불출마 선언···"역할 내려놓을 때"

다선 용퇴론에는 "정치도 노장청 결합 필요" 민주, 우상호·오영환 이어 3번째 불출마 선언

2023-11-06     이태훈 기자
21대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국회의장을 지낸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 의원은 "이제 국회에서의 제 역할을 내려놓을 때라고 판단했다"며 불출마 이유를 전했다.

박 의원은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내년 22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는 보고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회의장 출신이자 현역 유일 6선 의원이 정치 용퇴의 뜻을 밝힌 것이다. 이어 그간의 회한도 전하며 "정치혁신의 본격적 물꼬를 트지 못했다. 국회가 3권분립의 토대 위에 굳게 서서 상생화 협츼의 길을 여는 것은 아직도 먼 이야기"라고 했다. 그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제왕적이라고 지적되는 대통령제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개헌으로만 가능한 것"이라며 "협치를 만들기 위해 어느 한 당도 전체의석의 과반을 넘지 않게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료 의원들을 향해서도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기관으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사명 의식을 늘 가슴에 담아달라"며 "당보다 국가와 국민이 우선이며, 국회의원의 모든 것이 역사에 기록된다는 초심을 간직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제 저의 빈 자리는 시대 소명이 투철하고 균형 감각과 열정을 가진 새 사람이 맡아주길 염원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자신의 지역구인 대전 서구갑 주민들과 대전시민에 감사 인사를 전하며 "저의 부족함으로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한 지적들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너그러이 이해해 달라"고 했다. 박 의장은 자신의 용퇴로 민주당 다선 의원들이 압박을 느낄 수 있다는 의견에는 선을 그었다. 박 의장은 "선수가 출마의 기준이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저는 정치도 노년·장년·청년의 결합이 가능할 때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저의 용퇴가) 정계 변화의 물꼬는 틀 수 있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의장 재임 기간 중 기억에 남는 성과를 묻자 "여야 합의로 국회 세종의사당 법을 통과시킨 것이 국가 균형 발전의 획기적 이정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쉬웠던 점으로는 "큰 틀에서는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의 본격적인 물꼬를 트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특히 검찰개혁(검수완박)법 관련해서 모두가 합의가 안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오랫동안의 협상과 중재 끝에 합의를 이뤘으나, 그것을 당시 국민의힘이 뒤집은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한 박 의원은 대전 서구갑에서만 6선을 지낸 현역 최다선 의원이다. 여야를 떠난 원만한 관계가 강점으로 꼽혔던 그는 국회의장 출신 중 총선 출마 사례가 없는 관례에 따라 불출마를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에서는 4선 우상호 의원과 초선 오영환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