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대 관련공사(?)에 파산위기 놓인 ‘K라이프 사태’ 전말

김준호 사장, "핵심인사까지 나서 사업제안… 일방적 파기"주장

2009-10-14     박주연 기자

[매일일보=박주연 기자]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하다!?’
국내 대표 ‘명문사학’인 H대학교가 교내 부동산 개발과 관련, 민간사업자와 계약서까지 체결한 후, 미뤄오다 2년여 만에 일방적으로 사업을 철회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 고려라이프(김준오 대표)에 따르면, H대학교는 지난 2005년 H대병원 복지관 사업을 의뢰하고 2006년 약정서까지 체결했으나, 이런저런 사유로 미뤄오다 지난해 9월 23일, 일방적으로 계약파기를 통보해 사업을 추진해온 협력 업체들이 파산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 기자는 지난 13일 김준오 대표와 만남을 갖고 그동안 H대와 관련된 사업의 시작부터 파기에 이르기까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이번 사건의 시작은 지난 2005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초 H학원과 H대가 H대 병원 복지관 설립을 계획하고 건축심의를 마친 후 민간투자 사업자를 물색 중 재단 고문 백모씨를 통해 고려라이프(대표 김준오)를 소개받아 사업을 의뢰하면서 비롯됐다.

◆사업지연 무마 위해 ‘먹잇감’만 물려줘?

김 대표에 따르면, 이들이 처음 제안한 사업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 투자법’ 및 ‘민자 유치 교육시설 관리지침’에 따라 고려라이프 측이 모든 비용을 투자해 교내 부지(6000㎡, 2000여평)를 제공받아 총 사업비 약 100억원 규모의 복지관을 지어 학교에 무상으로 기부 체납하는 대신, 17년간 복지관 내 20여개 편의시설 관리운영권을 받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것이었다.이에 따라 고려라이프 측은 2006년 6월 22일 H대 측과 약정서를 체결하고 약 62억원을 투자해 사업허가와 금융대출 승인, 건설사와 복지관 편의시설 입점운영업체 선정 등을 완료한 뒤 설계, 분양자를 모집했다.그러나 사업이 한창 진행되던 시점에 H대병원이 ‘설립자의 부인이자 총장 어머니인 재단이사가 전망을 가린다는 이유로 반대한다’며 당분간 사업을 유보하자고 일방적으로 알려왔다. 대신 H대 측은 복지관 사업지연 보상용으로 H대 정문관 건립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 역시 얼마되지 않아 재단에서 ‘설립자 생존 시 대문을 고치지 말라는 유지를 남겼다’며 또다시 무산됐다.계속되는 H대 측의 일방적 사업무산 통보에 법적 분쟁 움직임이 보이자, 이번에는 총장이 나서서 2006년 9월, 또 다시 H대 구리병원 복지관 건립을 제안했지만 이번에는 사업부지가 뉴타운 예정지로 지정돼 2년간 건축행위허가제한에 묶여 유보됐다.이어 고려라이프는 2007년 3월 H대 측이 구리병원 복지관 건립이 속개될 때까지 병원 장례식장 임대차운영을 제안해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 또한 다른 사업자에게 분할 임대차계약이 되어 있어 5월 법적 분쟁이 발생되자 H대 측은 곧바로 고려라이프를 대상으로 명도소송을 제기, 1차에서 승소해 항소심 재판 중이다.하지만 지난해 8월, 고려라이프가 위증고소 했던 사건에서는 구리병원 복지관 계약을 주도한 H대의료원 김   모 부장이 대법원에서 배임 증재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았고 이어 9월에는 김 모 부장과 H식품 김 모씨가 계약을 미끼로 뇌물수수 등 각각 배임 수재와 배임 증재로 의정부지방법원에서 또다시 유죄 판결을 받는 등 이들의 위법사실이 입증되기도 했다.

◆제안한 5개 사업, 결국 모두 ‘무산’, 게다가…

결국 H대는 애초 병원 복지관사업이 지연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H대 정문관 건설, 구리병원 복지관 건립, H대 정문 특별계획구역 공동개발, 구리병원 장례식장 임대운영 등 4개 사업을 차례로 제안했다가 번복한 것이었다.고려라이프가 H대와 2005년 11월부터 2008년 9월 30일까지 공동 개발키로 한 5개 사업에 투자된 금액은 약 90억원에 달하며, 자회사인 지피랜드코리아(주)또한 7억6600만원을 지출하는 등 엄청난 재정적 피해를 입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H대 측 김모 재단국장은 일이 복잡해지자 지난해 6월과 올해 7월, 두 차례에 걸쳐 김 대표에게 각각 25억과 40억을 제시하고 그동안 복지관 사업과 관련 일체를 ‘없었던 일’로 하자고 제안했다. ‘사랑의 실천’이란 H학원의 건학이념을 무색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H대 총장과 이를 추진한 병원장, 재단 관계자들까지도 명확한 해명 없이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 언제적 얘긴데…“모두 끝난것 아니었어?”

기자는 이와 관련, 사실여부 확인차 H대 총장과의 통화를 시도했지만, 비서실에서는 “행사에 참여하고 계셔서 통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병원 복지관 설립 사업이니 병원장과 통화해보라”고 안내했다.비서실 안내대로 병원장과의 통화를 시도하기 위해 병원 측 관계자와 통화를 하자 이 관계자는 “언제적 얘긴데… 이미 다 끝난 사안 아니었냐”고 되물었다. 이에 기자는 “그렇다면 H대 측은 이번 사업과 관련해 고려라이프 측과 합의도 끝나고 모두 마무리 됐다고 공식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냐”고 또다시 묻자 이번엔 이 관계자는 “사실 병원 복지관 설립을 주도했던 황모 부장이 이 부분은 확실히 알 것 같다”며 또 다시 사무부장과 통화해보라고 말했다.하지만 역시 사무부장실도 이번 사업에 대해 모르는 건 마찬가지. 비서실 한 관계자는 “사무부장이 자리를 비워 직접 통화는 불가능하다”며 “(사업과 관련)아는 게 하나도 없다”고 즉답을 회피했다. 기자는 사무부장과의 통화를 원했지만 여전히 연락은 오지 않았다.결국, 책임감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철회해 민간사업자가 정신적․물질적 고통에 급기야 ‘자살 위기’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나몰라라’식으로 일관하는 H대의 도덕적 책임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