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물가 비상…1인가구 장보기 1년새 3.2% 비싸졌다
식음 물가 지수 3년 연속 5%…냉동식‧계란‧우유‧맥주 등 인상 라면‧밀키트, 기저효과‧정부권고‧대중화 등에 가격 소폭 하락
2023-11-06 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고물가 장기화로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서 발표한 올해 1∼10월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상승했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2019년 0.0%에서 2020년 4.4%로 치솟은 뒤 2021년 5.9%, 지난해 5.9%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올해까지 3년 연속 5%를 넘기게 된다. 이는 2009∼2011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원유와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가공식품 등의 물가가 오른 데다, 이상기온까지 겹치면서 과일·채소류 등의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6일 한국소비자원 물가정보 사이트 참가격을 통해 1인가구 장보기 비용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이날 기준 장바구니 물가는 지난해 동기 대비 3.2% 오른 7만1752원이다. 장바구니 물가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민영양통계(KHIDI) 기준 한국인의 다빈도‧다소비 식품 순위 상위권 품목을 기반으로 1인가구 특성에 맞춰 선정했다. 포대 쌀 대신 즉석밥, 생선 대신 참치캔, 탕‧찌개 재료 대신 HMR, 냉동식품 등의 가격을 산출하는 식이다. 즉석밥, 라면, 생수, 주류, 우유, 계란, 참치캔, 냉장HMR, 냉동식품 등 11개 품목 중 냉동식품의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냉동만두 평균 가격은 1만480원으로, 지난해 동기 8480원 대비 23.6% 비싸졌다. 그다음으로 가격이 많이 오른 품목은 계란이다. 대란 15개 기준 평균가격은 지난해 8437원보다 16.1% 오른 9794원이다. 여름철 기후 영향으로 생산성이 저하된 데 이어 추석 수요 증가 이후 수급량이 줄면서 계란값이 상승세를 보였다. 동절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라 계란값이 더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유가격도 올랐다. 흰우유 1L의 가격은 3061원으로 지난해 2800원보다 9.3% 뛰었다. 지난달 1일부터 낙농진흥회가 원유 기본가격을 L당 88원(8.8%) 올리며, 가공유 몸값이 올랐다. 우유를 재료로 하는 빵, 아이스크림, 커피 등 식음료 제품들의 가격이 연달아 치솟는 ‘밀크플레이션’의 물꼬도 트이고 있다. 맥주도 비싸졌다. 카스 프레쉬(6캔)의 전국 소매 평균 가격은 1만805원으로 전년 1만268원보다 5.2% 올랐다. 앞서 오비맥주는 지난달 11일부터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제품의 공장 출고가격을 평균 6.9% 인상한 바 있다. 환율 불안이 지속하는 가운데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각종 원부자재 가격의 상승과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물류비 상승 등이 원인이 됐다. 하이트진로도 오는 09일부터 소주 대표 브랜드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 출고가를 6.95% 인상한다. 주정 및 공병 가격 인상 등이 이유가 됐다. 오히려 시장 평균 가격이 내려간 품목도 있다. 즉석밥, 생수, 라면, 냉장‧실온 HMR 제품 등이다. 지난해 국제 곡물가격 상승 및 고환율 등으로 이미 시장 가격이 높게 책정된 탓에 기저효과가 나타난 모습이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가격이 △탕‧찌개 HMR 14.2% △즉석밥(6개입) 12.0% △신라면 5개입 3.5% △생수 2L는 2.4% △레토르트 카레 2.2%씩 감소했다. 라면의 경우,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라면 가격 인하 권고 이후 국내 주요 제품들의 가격이 일제히 인하됐다. 지난달 1일부로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 1위 농심을 비롯해 삼양식품, 오뚜기, 팔도 모두 출고가를 4.5%~5.1%가량 하향 조정했다. 한 식품제조업체 관계자는 “1인가구 증가와 외식물가 상승에 따른 집밥 수요 확대 등으로 밀키트 시장이 대중화, 전문화를 이뤘고, 영업 경쟁이 치열해지며 다양한 프로모션이 등장, 자연스럽게 품질 대비 가격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며 “시장의 다양한 소비 행태 변화와 원부자재 수급 현황에 따라 소비자 공급가격이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