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묻지마투자’ 및 ‘선당후곰’ 종언… 청약시장 분기점

경쟁률 상승 속 분양가·입지별 양극화는 뚜렷 "공급부족 전망에도 당장은 투심 회복 어려워"

2023-11-06     이소현 기자

매일일보 = 이소현 기자  |  올해 상반기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묻지마 청약' 및 '선당후곰(먼저 당첨된 후 고민)'이 이어진 청약 시장이 하반기 들어 전환점을 맞았다.

고금리 및 대출규제 장기화 조짐이 나타나면서 1순위 청약 마감 실패 또는 미계약이 나오는 곳들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매매 시장 선행 지표인 청약 시장 기준으로 당분간 상반기보다 청약 열기가 전반적으로 꺼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청약 시장뿐아니라 매매 시장도 매물은 늘어나고 거래량은 줄어들며 전체적으로 매수자나 매도자 모두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약하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분양받을 때 세금 제외하고 프리미엄이 형성될 것이란 확신이 있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상황이 따라주지 않고 있고, 입지가 좋고 분앙가격 경쟁력이 있는 곳들 위주로만 옥석가리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원장은 "통상적 분양 방식인 선분양은 그 특성상 현금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데다, 대부분이 수요가 많은 신규단지"라면서 "이들은 매매 시장에서 선행 지표 역할을 하는데, 현재는 부동산 경기가 꺾여 가장 먼저 가라앉는 일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 원장은 이어 "현재 수도권에서도 미계약 물량이 나오는 것은 자금 문제와 부동산 경기가 계속 오를 것인지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며 "청약이 얼마나 가라앉을지는 예측이 어렵지만 실수요자 입장에선 대출은 축소되고 금리 부담은 커진 반면 분양가는 자꾸 올라 자금 조달 위험이 커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연말을 앞두고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양이 시작되며 수분양자들의 옥석가리기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일부 공급이 많거나 분양가가 크게 오른 지역은 서울이라도 수요가 일정 부분 위축되며 청약 실적이 저조할 수 있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실제 직방에 따르면 10월 기준 전국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은 17.9대 1로 전달(10대 1)과 비교해 회복됐다. 그러나 인근 시세보다 1~2억원 저렴하게 공급된 '동탄레이크파크자연앤e편한세상'(376대 1)은 청약 흥행을 기록한 반면, 경기권의 한 소형 단지는 모든 주택형이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여기에 이달 분양예정물량은 총 4만9944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35% 많은 물량이 예고되는 등 밀어내기용으로 공급물량이 한 번에 쏠리면서 빈익빈 부익부 경향을 부채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주택 인허가 물량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수도권은 특히 향후 수급불균형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더욱이 최근 분양가는 서울 강북권은 14억원대, 경기 남부권은 12억원대로 단기간 급상승했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 속에서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 및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줄줄이 축소하는 등 앞으로는 내 집 마련 자금동원력 위축 요소 밖에 없다. 

김 소장은  "공급이 감소하는 측면이 있으니 실거주라면 청약도 괜찮다"면서 "그러나 3년 정도 단기 투자를 고민 중이라면 기다려도 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 원장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내 집 마련 장고가 길어지는 최악의 상황"이라며 "앞으로 분양물량은 더욱 줄어들 예정이고, 대출은 나오지 않고 금리와 분양가는 오르고 있으니 빚을 내서 청약을 하기도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공급 이슈가 있어)아직 변곡점이라고 하기에는 조금은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면서 "다만 현재도 지역별로 차별화가 나타나는 국면으로 앞으로도 대출 축소에 영향을 받은 지역은 약보합을 보이는 등 격차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