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노동·진보계와 선거 연합 정당 추진···당내 반발 격화

이정미 대표 등 당 대표단 6일 총사퇴···비대위 전환 류호정·장혜영 "당, 진보 하길 포기"···분열 가능성도

2023-11-06     이태훈 기자
이정미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정의당이 노동·진보계와 내년 총선을 대비한 선거 연합정당 구성을 추진한다. 이정미 대표를 비롯한 대표단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6일 총사퇴했다. 다만 이 같은 결정은 당 일각의 반대를 무릅쓴 것이어서 향후 반발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상무집행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지도부 총사퇴 결정을 밝혔다. 이 대표는 사퇴 이유에 대해 "어제 전국위원회에서 결정한 '신당 추진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더 과감히 전국위원회 결의를 수행할 수 있는 길을 트는 당의 체제 전환과 개편을 위한 것"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시대 사명을 개척하기 위해 추진하는 비대위가 거침없이 나아가도록 뒷받침하자는 당의 요구를 받든 결정"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위원회를 열고 '혁신 재창당 관련 선거 연합정당 추진의 건'을 가결했다. 재석 75명 중 56명이 찬성했다.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전국위 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 연합정당을) 책임 있게 추진하도록 '선거연합 신당 추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음 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 승인과 전권 위임을 결의했다"고 전했다.

전국위 의결에 따라 정의당은 내년 22대 총선을 대비해 선거 연합정당을 추진한다. 연합 대상은 민주노총 등 노동 세력, 녹색당 등 진보정당, 지역정당 등 제3의 정치세력으로 알려진다. 진보당, 노동당 등과도 협의 채널을 열어둔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당과의 연대는 진보 정당으로 한정했다. 중도 보수 성격을 띠는 새로운 선택(금태섭 전 의원)과 한국의희망(양향자 의원)은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당내에선 벌써 반발 기류가 감지된다. 진보 세력에 한정되지 않은 폭 넓은 연대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정의당이 비판했던 위성정당 형태로 당의 방향성을 정했다는 지적이다.

류호정·장혜영 의원이 속한 당내 세력 '세 번째 권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름은 선거 연합정당이지만, 선거가 끝나면 각 당으로 철수하는 총선용 임시정당"이라며 "정의당 내 정파 간 중간값을 내기 위한 졸속 합의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간 정의당을 해체 수준으로 혁신해 다른 세계관을 갖춘 정당으로 바꿔야 한다고 호소했다"며 "그러나 미증유의 위기에서 정의당은 가장 손쉽고 익숙한 선택을 했다. 정의당의 진보 정치는 '진보'하기를 포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정의당 내의 논의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 재편과 신당 추진을 해나갈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