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고물가·저임금 시대…지갑 열기 위한 ‘합심’ 바람

유통기업, 캐릭터 IP 활용한 상품으로 소비자 인기몰이 제약바이오, 경쟁사 간 협업 통해 사업 리스크 축소

2024-11-07     이용 기자
매일 일보 = 이용 기자 | 고물가와 저임금 기조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얼어붙고 있다. 기업의 경영난도 가중된 가운데, 사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협력 사례가 이목을 끌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유통업계는 콘텐츠 기업과 협력해 차별성 있는 캐릭터 상품을 내놓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시장 경쟁사와 협력을 통해 연구 및 신사업 비용 부담을 줄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국내 유명 편의점 4개 기업은 이미 11월 11일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인기 캐릭터와 협업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마트25는 카카오 프렌즈의 인기 캐릭터 ‘춘식이’ △세븐일레븐은 일본의 국민 캐릭터 ‘도라에몽’ △CU는 MZ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인 미니니, 버터패밀리, 서울앵무새, 우주먼지, 혀땳은앙꼬 △GS25는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 애니메이션 ‘파워퍼프걸’과 협업한 빼빼로데이 특별 상품을 내놓는다. 주요 유통사들이 협력을 진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캐릭터 산업이 100조 이상의 강력한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데다가 특정 인기 캐릭터의 경우 ‘불황’이 없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 시장 규모는 전 세계 7위 수준이다. 특히 몇 년간 국내 경제가 악화 됐음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산업은 흑자를 기록해 왔다. 지난해 콘텐츠 산업 규모는 146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7.4%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2.6%인 것을 감안하면 거의 3배 이상 높은 성장이다. 내수가 크게 침체된 가운데서도 캐릭터 관련 상품이 호조를 보였던 이유는 캐릭터 자체가 보유한 소비 파워에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2 캐릭터 이용자 실태조사'에 의하면 상품의 품질에 차이가 없을 경우 캐릭터 부착 상품에 ‘추가 지불할 의사가 있다’ 응답은 54.3%로 나타났다. 대원씨아이 관계자는 “일반적인 제조업과는 달리, 대부분의 캐릭터 상품은 실용성을 염두하고 개발되는 것은 아니다. 캐릭터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관련 상품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커지는 것”이라며 “도서나 애니메이션 그 자체로는 수익이 크지 않다. 굿즈 등 파생 상품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더 높기 때문에, 원작자 입장에서도 대기업과 협력을 통해 윈-윈 결과를 얻는 것이 유리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밀가루, 시멘트, 식료품 등 오래된 역사를 가진 국내 제조사들이 패션 및 가공식품 기업과 협업을 진행하며 젊은 소비자들의 ‘지갑 열기’를 유도하고 있다. 곰표 패딩, 천마표 백팩, 휠라 샌드위치 등이 대표적이다. 사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아예 동종 업계 경쟁사와 한 배를 타는 사례도 있다. 국내 전통 제약사인 동아ST는 지난달 HK이노엔, GC녹십자 등과 신약 개발 관련 업무협약을 맺은데 이어, 최근 한림제약과 개량신약 수출 협약을 체결했다. 일반적으로 유통기업들이 업무 영역이 겹치지 않는 기업과 ‘콜라보’를 진행하거나 연구전문 기업이 필요한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도모하는 반면, 동아ST는 사실상 시장 경쟁자나 다름없는 상위 기업들과 동맹을 맺은 것이다. 이 같은 협약의 주요 배경은 특히 많은 비용과 기간이 소모되는 신약 개발이나 규모가 큰 유통 판매 사업에서 따르는 리스크를 줄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신약 개발은 개발단계가 높아질수록 성공률은 극히 낮아지고 10년이 넘는 개발 기간과 1조원 이상의 비용이 소모된다. 따라서 연구에 투자하는 비용이나 인재 확보에 안정적인 상위 제약사끼리 협력할 경우 경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동안 경쟁적 지위의 상위 기업은 핵심기술 공유 문제로 협약을 꺼려왔지만, 기술 유출만 주의하면 리스크는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L사 관계자는 “기업이 떠안은 경제적 손실은 대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며,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경기 침체 기조 속에선 기업들은 당분간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는 안정적인 사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