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집중 매질에도 숨구멍 있었다…라면 빅3, 3Q도 함박웃음

주요 원자재 국제 원가 하락에 공급가 인하 리스크 상쇄 신제품 및 수출 실적 호조…글로벌 사업 비중 확대 속도

2023-11-07     김민주 기자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정부의 집중 매질에도 올 3분기 라면업계 실적 성장세가 예상된다.

서민 생활 밀접 가공식품이란 특성에 라면업계는 올 한 해 정부 압박 집중 타깃이 됐다. 지난 6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라면 가격에 대해 기업들이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언급하자,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 1위 농심을 필두로 삼양식품, 오뚜기 모두 줄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농심은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각각 4.5%, 6.9%씩 내렸다. 삼양라면도 삼양라면, 짜짜로니, 맛있는라면, 열무비빔면 등 12개 대표 제품 가격을 평균 4.7% 인하했다. 오뚜기는 라면류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5% 내려잡았다.

주요 제품 가격 인하 리스크가 하반기 실적에 반영될 것이란 우려와 달리, 밀가루 등 원재료 국제 가격 안정세, 신제품 및 해외 사업 호조를 등에 업고 순탄대로를 걷고 있는 모습이다.

7일 업계 및 증권가에선 국내 라면 빅3가 올 3분기 지난해 동기보다 높은 영업이익을 낼 것이란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추정한 올해 3분기 농심‧오뚜기‧삼양식품의 영업이익은 각각 494억원‧697억원‧326억원이다. 전년비 각각 79.5%, 57.5%, 68.8%씩 성장한 수치다.

하반기 실적 상승세엔 글로벌 사업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수출입무역통계에서 확인한 올 3분기 라면 수출액은 2억5118만달러(약 3383억원)로 분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1~9월 라면 누적 수출액은 6억9728만달러(약 9392억원)에 달한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3% 신장한 수치로, 역대 최고 수출액을 기록한 지난 한 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농심의 경우 지난해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은 37%에 불과했지만, 올해 들어선 국내와 해외 매출 비중이 6대 4까지 올라왔다. 향후 해외 사업 호조세에 따라 해외 매출 비중이 절반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먹태깡’과 ‘신라면 더 레드’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인기에 수익 리스크를 방어 및 상쇄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라면(봉지면)과 새우깡은 국내에서 연간 36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농심의 주요 수익원으로 이번 두 제품 가격 인하에 따른 일시적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오뚜기 역시 지난 8월 출시한 ‘마열라면’의 인기에 더해 수출 확대 등으로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마열라면은 출시 40일 만에 300만개(봉지면 기준) 이상 판매됐고, 용기면까지 합산한 판매량은 약 400만개에 이른다. 오뚜기는 현재 내수에 집중된 수익모델을 해외로 확대하는 작업에 착수해있다. 오뚜기의 간판 면류 제품 진라면의 모델로 BTS 진을 발탁하는 등 해외 영향력이 높은 K-POP 아이돌을 브랜드 모델로 내세우며, 올 1분기 라면 수출액은 약 2742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삼양식품은 올해도 지속된 ‘불닭볶음면’의 인기에 안정적인 상향 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이달 예정된 광군제에 앞서 지난 9월부터 불닭볶음면의 중국향 수출이 대폭 증가했고, 미국을 비롯한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서도 양호한 판매 실적을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증권가에선 밀양 제2공장 준공(25년 5월 예정) 이후 생산 능력이 약 20~25% 증가하는 만큼 수출 성장 잠재력이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제품이 내부 예상치를 웃도는 준수한 판매 실적을 보이며 지난달 일부 제품 가격 인하에 따른 악영향을 상쇄시켜주는 역할을 했다”며 “팜유, 밀가루 등 라면 제조에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원자재의 국제 원가가 완화되며 올 연말 손익 개선이 점쳐진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