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유통업계, ‘이색 협업’ 사활
수익 모델 다각화 및 고효율 홍보‧마케팅 효과 등…효과‧목적 다양 동종 업계 간 출혈 경쟁 최소화…이종간 협업으로 신성장동력 발굴
2024-11-07 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유통업계가 이색 협업 마케팅에 주목하고 있다. 동종·이종 업계와의 협업을 통해 저예산 고효율 홍보·마케팅 효과를 창출하고, 브랜드 인지도 제고 및 신규 고객 유입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컬래버레이션 마케팅은 유통시장 핵심 소비층인 젊은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으로 꼽힌다. 재미있고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소비 성향을 충족시키는 데 용이하단 평이다. 편의점이 오프라인 유통채널 매출 순위에서 대형마트를 제치고 2위에 올라선 배경에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 과감한 협업이 한몫했단 평을 받는다. 편의점이 갖춘 ‘마이크로 상권’과 주 이용고객이 2030세대라는 특성은 컬래버 효과를 배가시키는 데 주효했다. 편의점은 이종간 다양한 협업을 통해 최단기간‧효율적으로 전국권 유행을 만들 수 있는 통로로 부상했다. 편의점의 협업 시도는 식음료업체뿐만 아니라 OTT, 게임 등 업역을 넘나든다. 인기 게임 및 만화 캐릭터의 IP(지식재산권)을 활용한 사례도 늘고 있다. 기존에 두터운 팬덤을 가진 캐릭터를 활용함으로써, 브랜드 홍보 효과와 가시적인 매출 증대를 누릴 수 있단 판단에서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개한 ‘2022년 캐릭터 산업백서’에 따르면, 상품 구매 시 캐릭터의 영향을 받는다고 답한 소비자가 64.2%에 달하며, 절반 이상은 품질에 차이가 없을 경우 캐릭터 부착 상품을 구매하겠다고 응답했다. 현대백화점은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와 손잡고 국내 첫 디즈니스토어를 열었다. 현대백화점은 판교점과 더현대 서울, 천호점,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 등에서 디즈니스토어를 운영 중이며, 내년까지 10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투썸플레이스는 인기 레트로 캐릭터 ‘스누피’가 등장하는 만화 ‘피너츠’ 브랜드와 손잡고 휴가철 굿즈를 선보였다. 아모레퍼시픽은 공식 쇼핑몰인 아모레몰에서 엔씨소프트의 퍼즐 게임 ‘퍼즈업 아미토이’ 컬래버레이션 굿즈 출시 이벤트를 진행한다. 피자알볼로는 IPX(구 라인프렌즈)의 글로벌 인기 캐릭터 IP ‘BT21’과 협업, 한정 메뉴와 스페셜 굿즈 세트를 선보인다. 맘스터치는 넥슨의 인기 MMORPG 게임 ‘히트2’와 협업한 ‘히트다히트 세트’를 한정 판매했다. 신사업 진출 시 유망 기업과 협업해 초기 진출 장벽을 낮추고, 관련 역량을 효율적으로 강화하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풀무원은 미국 세포배양 해산물 제조 스타트업 블루날루와 국내 세포배양 해산물 사업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개발, 출시, 판매, 유통망 관리 등 세포배양 해산물 사업의 전반적 영역에서 상호 협력할 방침이다. 홈플러스는 스마트팜 온실을 갖춘 ‘새봄네트웍스’와 협업관계를 구축하고,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환경제어시스템을 갖춰 원격‧자동으로 최적의 생육환경을 조성해 우수 품질의 토마토를 생산·납품하고 있다. 교촌치킨은 드론 물류배송 스타트업 ‘파블로항공’과 협업해 드론을 활용한 스마트 물류 배송 서비스 개발에 나선다. 드론은 차, 오토바이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리적 제약이 없는 친환경 운송수단이다. 배달 수요가 높은 치킨 시장에서 독보적인 배송 접근성 및 시스템 경쟁력을 갖추겠단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해 12월 파블로항공과 주문부터 배달까지 전 과정에 이르는 치킨 드론 배달 시험비행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사전에 설정한 경로로 7km 비가시권 비행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드론 배달의 장점과 가능성을 확인했다. 신세계는 같은 계열사간 대대적인 협업 체계를 구축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7월 신세계그룹은 SSG닷컴과 G마켓, 이마트, 신세계백화점·면세점, 스타벅스 등 6개 계열사를 한 데 모아 온오프라인 통합 유료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를 출범했다. 온오프라인에서 사업 네트워크를 구축한 계열사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온오프 완성형 유니버스를 구축, 고객의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겠단 전략이다. 더 나아가 사세 확장을 통해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위기를 극복하고 이커머스 업계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단 복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는 수익 모델 다각화, 소비자 접점 강화 등 다양한 목적으로 다양한 협업 관계 구축을 시도해왔다”며 “최근 협업 행보가 더욱 활발하고 다각화되는 것은 지속 악화되는 업황 속 동종불필요한 출혈 경쟁을 막고 신성장동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발굴 및 육성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