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朴대통령 국빈방문에 기대감
“한국-인도 수교 40년…실질협력 강화 필요”
2015-01-09 국제부
[매일일보] “한국과 인도가 수교 40주년을 맞으면서 다양한 협력의 ‘틀’을 갖춰 놓았습니다. 이제는 이 틀에 내용물을 채워야 할 때가 됐습니다.”오는 15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인도 방문을 앞두고 양국 간 관계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작년 12월 뉴델리 시내의 한 호텔에서 열린 양국 간 수교 40주년 기념행사에서 2008년부터 3년간 한국주재 인도대사를 지낸 스칸드 타얄은 양국관계를 이렇게 평가했다.양국이 그동안 비약적 관계 발전을 이뤘지만, 앞으로는 우주, 원자력, 조선 등 주요 부문에서 실질적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양국관계, 인도 1990년대 초 경제개방 이전엔 ‘부진’양국은 인도가 냉전체제 붕괴 등으로 1991년 경제를 개방하기 이전에는 별다른 관계가 없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인도는 1947년 영국 식민지배에서 독립하면서 국가건설에 여념이 없었고 한국도 1945년 해방과 2년 뒤 전쟁을 겪으면서 국가건설이 최우선 과제였던 탓에 서로 신경 쓸 겨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여기에다 외세 간섭없이 민주주의 정치제도를 유지하며 자급자족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인도의 국부 겸 정신적 지도자인 마하트마 간디의 영향을 받은 인도 정부의 외교정책 원칙이 ‘비동맹’이었던 점도 양국관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냉전시대 비동맹 원칙을 견지하며 양대진영 사이에서 중재역할을 해낸 인도는 남북한에 대해 ‘철저한’ 등거리 외교를 펼쳤다. 일례로 인도의 남·북한 수교 과정만 봐도 확연히 알 수 있다. 인도는 남·북한과 1962년 영사급 외교관계를 동시에 맺은 데 이어 11년 뒤인 1973년 대사급 외교관계도 같은 시기에 수립했다.인도는 한국과 관계를 맺으면서도 늘 북한을 의식해왔다. 현재도 기본적으로는 이런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강의 기적’을 이루면서 경제를 급성장시킨 한국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인도는 특히 1990년대 중반까지 북한과 비교적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오다가 1990년대 후반 북한과 파키스탄간 군사협력 관계가 노출되자 북한과 다소간 ‘거리’를 두게 된다. 인도는 독립 이후 히말라야 지역인 카슈미르 영유권 문제로 파키스탄과 두 차례 전쟁을 벌였다. 인도는 독립과 함께 떨어져 나가 나라를 세운 파키스탄과 앙숙관계를 유지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인도 정부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에 비난성명을 냈다. 이를 평가한 한국 정부는 앞으로 남북문제는 물론 국제 이슈에서 인도의 더 많은 협력을 끌어내려 하고 있다.인도는 한국전쟁 당시 의료부대를 한반도에 파견해 유엔군 병사는 물론 수많은 남한 민간인을 돌봤다. 또 전쟁 마무리 단계에선 전쟁포로 문제를 놓고서 미국과 중국 등을 상대로 힘겨운 중재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양국, ‘전략적 동반자’로서 실질협력 강화 필요인도와 한국간 관계 발전에 속도를 내게 된 계기는 1993년 나라시마 라오 당시 인도 총리의 방한이었다. 폐쇄경제에서 벗어나 경제발전을 위해 애쓰던 라오 총리는 방한기간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만나 인도 인프라 구축을 위한 한국 기업 참여를 비롯한 경제협력 문제뿐만 아니라 북한 핵무장 움직임을 포함한 정치적 사안도 논의했다.이후 1996년 김영삼 대통령의 인도 답방으로 양국 정상 간 최초 상호방문이 완결됐다. 이로써 양국간 협력관계 증진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2000년대 이후 양국관계는 한 단계 더 도약한다. 인도는 성장하는 아시아 시장에서 기회를 확대하고자 ‘동방정책’을 수립했다. 한국도 아시아에서 외교지평을 넓히기 위해 ‘신아시아 외교구상’을 도입했다. 양측의 이런 정책은 서로 부합했다.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한 지 6년 만인 2010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인도를 국빈방문했다. 이를 계기로 양국관계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양국 지도부가 흉금을 터놓고 모든 사안을 논의할 수 있는 사이임을 의미한다고 한 외교 전문가는 풀이했다.이 대통령의 인도 방문을 계기로 경제협력 측면에선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 발효, 교역규모 확대의 계기가 마련됐다. 인도 고위급 인사의 한국 방문도 이어졌다. 2011년 프라티바 파틸 당시 대통령이 한국을 찾았고 다음해엔 만모한 싱 총리가 서울을 방문했다.일각에선 이제 협력 틀이 갖춘 양국이 정부 고위급 인사의 정기적 교류 등을 통해 실질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인도주재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9일 “한국 정부의 관계자는 물론 민간인들이 불교를 전해준 인도를 잘 아는 듯 스스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잘 모르는 탓에 관계발전이 기대보다 속도를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인도는 인구 12억의 거대 시장, 우주항공 첨단 기술국, 남북 동시수교국 겸 비동맹 맹주 등을 키워드로 삼아 인도를 제대로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며 “우리에게 4강 못지않게 중요한 인도는 경제협력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뉴델리=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