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필리버스터' 예고에 국회 전운 고조…협치 난망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9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처리 방침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민주당의 법안 처리를 최대한 지연시키겠다는 입장이어서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 협치는 또다시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오는 9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의사일정변경을 통해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여러 차례 법안 통과를 시도했으나 국회의장의 중재 등으로 처리가 지연된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의지다.

국민의힘은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법안을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법안 처리 예고를 '의회 폭거'라고 규정하며 "불법 파업 조장법(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강행 추진 의사를 꺾지 않음에 따라 정국 경색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당이 법안 처리를 결사반대하고 있지만,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과반 찬성으로 안건이 의결되는 요건상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법안 처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맞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필리버스터는 소수당이 다수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 등으로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것으로,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은 공수처법 개정안(2020년), 검찰청법 일부개정안(2022년)에 반대하며 두 차례 실시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초재선 의원 전원이 최소 3시간 이상 필리버스터에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노란봉투법에 20명, 방송 3법에 40명 등 모두 60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최소 180시간에 걸쳐 필리버스터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국회법상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이 지난 뒤 재적 의원 5분의3(179명) 이상의 찬성 의결이 있으면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할 수 있어, 총 4건의 법안 각각 필리버스터가 24시간 단위로 종료되며 9일부터 13일까지 순차적으로 처리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이미 4건의 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 방침도 정해 놓은 상태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필리버스터를 통해 부당함을 국민께 호소하고 대통령에게 법의 악영향을 고려해 거부권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해야 하는 여당으로서 국민께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여당의 건의를 수용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여야의 협치는 더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이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이번에도 윤 대통령이 여당의 건의를 수용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당시와 같은 '정국 급랭'이 일어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한편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6일 논평에서 "대통령이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처럼 또다시 입법을 무산시킨다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고, 앞으로 국회의 협력을 절대 기대하지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