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막자 개미 되레 ‘팔자’…중장기적으로 외인도 발 뺄 우려

공매도 금지 이틀 동안 개미들 4768억원 순매도 이달 주식 사들였던 外人..."매도 압력 더 커질 것"

2023-11-07     이광표 기자
공매도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금융당국이 증시 안정을 위해 주식을 빌려 파는 공매도 금지 조처 첫날인 6일 국내 증시가 폭등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처로 단기적으로는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외국인 자금 이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개인투자자들을 타깃으로 한 정치적 조처가 아니냐는 분석이 있지만, 정작 동학개미들도 매도우위를 보이는 양상이어서 증시에 긍정적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지 의심어린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공매도 금지 조치 다음날인 7일,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 낙폭이 깊어지고 있다. 공매도 금지 첫날인 지난 6일 시장이 급등한 만큼 이날 되돌림 장세가 예상되긴 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낙폭이 깊어지면서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장 변동성을 극대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2502.37)보다 58.41포인트(2.33%) 내린 2443.96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839.45)보다 15.08포인트(1.80%) 하락한 824.37에 거래를 종료했다.

무엇보다 공매도 금지에 따른 정책 효과가 좀처럼 엿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공매도 금지 첫날이었던 6일, 수혜 대상으로 여겨졌던 개인투자자들은 되려 9360억원 순매수 했고, 외국인은 7115억원 순매수했다는게 이를 방증한다. 
 
실제로 11월 들어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선 개인투자자들은 2조960억원 순매도했고, 외국인은 아직까지 7592억원 매도우위를 보이고 있다.
 
일단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가 반등하면서 기존 공매도 물량의 숏커버링이 발생해 단기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그간 공매도 거래 비중이 컸던 종목을 중심으로 수급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의 부작용이 출현해도 이를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나 업종이나 개별 종목에서는 이번 주부터 공매도 금지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숏커버링 효과로 공매도의 선행 지표라고 할 수 있는 대차거래 규모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대차거래는 주식을 빌리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무차입 공매도가 금지돼 있어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재매입해 갚는 공매도를 위해서는 대차거래가 필수다. 대차거래의 경우 주식 차입뿐 아니라 ETF 설정과 환매 등을 위한 주식 대여나 결제 목적의 증권 차입 등 다양한 목적으로 시행되지만, 공매도 금지로 차입 목적의 대차거래가 감소할 수 있어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외국인의 증시 이탈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삼성증권이 2023년 3월 공매도 금지 이후에 대한 영향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 기간인 2020년 3월 16일∼6월 12일 동안 개인 투자자는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순매도 했다. 삼성증권은 보고서에서 "일반적으로 공매도의 주요 주체로 외국인 투자자를 지목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에게서는 공매도 금지 기간 공매도의 숏커버링 흔적보다 국내 주식에 대한 지속적인 매도 압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오히려 개인 투자자의 공세적인 주식 매수가 코로나19 사태에서 국내 주식 시장의 반등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늘 증시는 원래 바닥에서 올라가는 상황인데 공매도를 금지하면서 외국인이 숏포지션 줄이면서 동시에 숏커버링에 나서는 효과 때문에 주가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외국인이 매수 우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날 증시도 공매도 금지 효과와는 거리가 먼 양상을 보였다. 특히 전날 7.34% 급등해 839.45를 기록했던 코스닥 지수는 낙폭을 키우며 전날에는 상승 변동성이 커져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는데, 이날은 하락 폭이 커지면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매도 사이드카는 전일 대비 코스닥150 선물(12월물)이 6% 이상 하락하고, 코스닥 150지수가 3% 이상 하락해 1분간 지속될 때 발동한다. 사이드카 발동 시점 기준 프로그램 매매 거래금액은 2771억원 순매도를 보였다. 코스닥 시장 매도 사이드카는 이날 역대 50번째로 발동됐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가 단발성 효과를 얻는데 그칠 것이라고 본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시기 공매도가 금지됐을 때는 풍부한 유동성이 수반돼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고금리 상황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시장 매기가 나타나기 힘든 상황이다. 전날 외국인 힘에 주가가 올랐는데, 이것도 대개 공매도 금지에 따른 숏커버 물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