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韓, 반도체 중심 경기 부진 완화에도…대외 불확실성 상존"
7일 한국개발연구원 '11월 경제동향' "美 금리 상승·중동 정세 불안 고조"
2023-11-07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 경제에 대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부진이 완화되고 있지만, 미국의 시장금리 상승과 중동 지역 정세 불안 등 대외 여건이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점진적 완화’라는 표현에 이어 경기 회복 흐름을 강조했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국내 경기 회복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KDI는 7일 발표한 '11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있으나, 대외 여건은 여전히 불확실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KDI는 우리 경제가 경기 저점을 지나 부진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경기 부진과 관련해 지난 8월 전망에서 '점진적으로 완화', 9월 '다소 완화', 10월 '점진적으로 완화'라는 표현을 썼다. 지난달 경제동향에서 "반도체 생산 일부 회복 등으로 우리 경제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고 분석한 KDI가 이달에도 비슷한 진단을 내린 것이다. 9월 전산업 생산은 전월(1.3%)보다 높은 2.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광공업 생산(3.0%)은 정보기술(IT) 수요 회복세로 반도체(8.4% → 23.7%)가 대폭 증가하면서 부진이 완화했다. 서비스업 생산(2.2%)은 지난해 기저효과로 전년 대비 기준으로는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여행 수요가 확대되면서 숙박 및 음식점업(2.4%), 운수 및 창고업(2.2%) 등을 중심으로 0.4%의 양호한 증가세를 지속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73.2%)도 전달에 이어 높은 수준을 지속했고, 재고/출하 비율(124.3% → 113.9%)은 큰 폭 하락해 제조업이 점차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10월 수출(-4.4% → 5.1%) 역시 수출 여건이 개선되면서 반도체를 비롯해 대부분 품목에서 부진이 완화됐다. 특히 미국 수출(8.5% →17.3%)이 대폭 증가했고, 중국 수출(-17.6% → –9.5%)은 여전히 부진했으나 감소 폭이 축소됐다. KDI는 세계 산업생산이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경기 및 소비 관련 선행지표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다만 고물가에 대응한 긴축적 통화 정책과 중동 정세의 불안 지속 등 경기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KDI는 "미국의 시장금리 상승 영향으로 국내 시장 금리도 상승함에 따라 내수 경기를 제약할 가능성도 있다"며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 변동성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제조업 부진이 완화되고 서비스업이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하방 요인으로 제조업 기업심리는 위축된 모습이다. 제조업 업황전망기업실사지수(BSI)는 수출 부진 완화에도 불구하고 9월 67, 10월 69, 11월 71로 낮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비제조업 업황전망기업실사지수도 9월 76, 10월 77, 11월 69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고금리 기조로 인해 상품소비와 설비투자는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 서비스소비는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고금리 기조와 소비심리 약화 등으로 상품소비는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소매판매(-4.7% → -1.9%)의 감소 폭이 축소됐다. 주로 기저효과에 기인한 결과다. 전월 대비로는 0.2%의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소비자심리지수(99.7 → 98.1)가 하락해 소비 여건이 악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설비투자 역시 고금리 기조가 지속돼 전반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9월 설비투자(-14.6% → -5.7%)는 반도체 생산 부진 완화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재고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해 신규 투자 수요는 낮았다. 또 9월 국내기계수주(-24.0% → -20.4%), 10월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입액(-2.1% → -18.4%) 등 선행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여 투자 여건이 제한적임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