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확보된 후에야 KBS수신료 논의 가능”
[초대석]최민희 민주당 의원 “박근혜정부, 방송장악 해결은커녕 즐기고 있어”
매일일보는 지난해 12월 19일 의원회관에서 최민희 의원을 만나 최근의 정치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최 의원은 ‘이화여대’ 재학 시절 운동권 출신이었고 진보적 월간지인 ‘말’의 1호 기자로 활동한 이후 30년간 시민언론운동을 펼쳐 ‘언론운동의 투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어떤 계기로 언론운동에 투신하게 됐는지.
이대 재학시절 소위 말하는 운동권 학생으로 옥살이도 했고, 노동 현장에 투신하기 위해 구로동 봉제공장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러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해직기자들과 사회과학 출판사들이 모여 만든 민주언론운동협의회에 들어갔다. 새 매체 창간을 목표로 젊은 기자를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 내 사회생활 1호 경력 - ‘말’지 1호 기자가 된 것이다.
무서울게 없던 스물다섯 사회초년생이었지만 제도권 언론에서 다루지 않았던 민중의 현실을 알리는 일이 그저 좋았다. 말지 창간호 ‘어느 목동아줌마의 서울 행적’ 르뽀는 한 달 동안 목동에 살다시피하며 쓴 기사로 지금 다시 보아도 뿌듯하다. ‘언론 민주화는 사회 민주화의 밑거름’이라는 생각에 언론정상화 작업을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의원님은 현재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공영방송 MBC와 KBS가 공정성을 상실하고 정권의 홍보방송이 됐다’는 비판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공영방송이 공정성을 상실하고 정권의 홍보방송이 됐다는 것은 일부의 비판이 아니라 사실이다. MBC의 경우 공정성이 가장 요구되는 선거방송에서 공정성을 지키지 못해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8건의 제재를 받았는데, 이는 KBS 1건, SBS 2건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제재였다.
특히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조차 MBC 경영평가에서 “MBC가 공익성을 소홀히 하면서 채널 경쟁력이 심각히 추락했다”고 지적했고, 뉴스에 대해서는 “저녁시간대 MBC뉴스의 실종 현상을 일으키고 말았다”고 비판할 정도이다.
KBS도 마찬가지이다. 저희가 국감을 앞두고 모니터해보니 “다섯 색깔 패션정치”,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 등 ‘박비어천가’ 수준의 노골적인 박 대통령 찬양보도가 수두룩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관련 이슈는 실종되거나 정권에 불리한 부분은 쏙 빼고 보도되는 것이 지금의 공영방송의 모습이다.
이 때문에 민영방송인 SBS보다 못하다는 얘기를 듣더니, 이제는 종편인 JTBC가 훨씬 더 낫다는 자조성 비판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제가 볼 때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가 만들어놓은 방송장악을 해결하기는커녕 즐기고 있는 것 같다.
-MBC 등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탄압으로 인해 해직된 언론인에 대한 논의가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진행됐는데 그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마련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미방위원으로서 해직언론인 복직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떤 해법을 가지고 있는지 듣고 싶다.
미방위원으로서가 아니라, 국회의원으로서, 그리고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해직언론인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19대 국회가 시작될 때부터 기회가 될 때마다 정부를 상대로 해결을 촉구하고 있는데, 잘 안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때는 국민대통합을 내세우며 해직언론인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하더니 그동안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고,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 문제가 나올 때마다 “방송사 내부 일”이라고 “간섭하지 말자”고 한다.
그나마 최근 방송공정성특위에서 해직언론인 문제에 대한 결의안을 합의한 것이 유일한 성과이다. 물론 내용은 부실하기 그지없습니다만, 여야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합의를 한 것은 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정치권도 노력하는만큼 정부에서도 전환적으로 결단을 내려주길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앞 질문에 이어 한가지 더 질문 드리겠다. 최근 KBS 수신료를 현행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길환영 KBS 사장은 “지상파 광고가 축소되고 있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이미 KBS 여당추천 이사들은 야당추천 이사들이 불참한 가운데 수신료를 40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날치기로 일방통과시키고 방통위로 넘겼다. 방통위는 60일 이내에 국회로 수신료 인상안을 넘기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 상태로는 결코 국회에서 수신료 인상안이 통과되지 않을 것이다. 불공정방송이라는 오명에다 최근에는 ‘종박방송’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는 KBS에게 지금 내는 수신료도 아까운데 어느 국민이 수신료를 올려줄 수 있겠나?
KBS는 이번에 수신료 인상안을 방통위에 넘기면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TV를 볼 수 있는 단말기에까지 수신료를 부과하게 해달라는 요구까지 해, 국민적 분노를 자초하고 있다. 가장 우선적으로 KBS가 불공정방송을 할 수 없도록 제도를 개선한 뒤에야 수신료 인상을 정상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아무런 변화없이 지금 이대로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최근 방송·언론 쪽에서 여전히 논란거리가 많이 나오고 있는 종합편성채널(종편)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지적되는 문제들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는 게 좋을지 의견을 듣고 싶다.
종편은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날치기 통과시킨 미디어법의 산물이다. 헌법재판소에서조차 미디어법 처리 과정은 불법이었다고 판결내렸다.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창출, 미디어산업 발전 등 온갖 미사여구로 장밋빛전망을 제시했는데, 과연 이뤄진 게 뭐가 있나? 오히려 막말 저질방송, 극단적 불공정 편파방송, 5.18 왜곡 등 국기를 뒤흔든 방송 등 방송 생태계를 최악으로 더럽힌 게 바로 종편이다.
거기에 저희 의원실에서 밝혀냈듯 특히 채널A 같은 곳은 주주 구성과정에도 온갖 불법이 횡행했던 걸로 보인다. 종편 전반에 대해서는 내년 3월에 있을 재승인심사를 엄격하게 진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방안이다. 심사에서 문제있는 참 나쁜 종편은 반드시 걸러내야 한다. 그리고 그와 별개로 최근에 제가 채널A를 검찰에 고발했는데, 불법이 확인된다면 그건 그것대로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민감한 질문을 드리겠다. 민주당은 그간 종편에 대해 출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당론으로 고려할 정도로 종편에 대한 시선이 호의적이지 못했는데 최근 소속 의원들이 종편에 자주 출연하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민주당이 종편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는 것을 의미하는지 생각을 듣고 싶다.
민주당을 둘러싼 미디어 환경이 불리한 상황에서, 의원들께서 그나마 종편에라도 나가서 민주당 입장을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출연하고 안하고 선택은 어차피 각 의원들께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아울러 아까도 말씀드렸듯 최근에는 JTBC가 가장 낫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서 그런 변화도 의원들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지난 5·4전당대회 이후 현재까지 김한길 대표 체제로 민주당이 움직이고 있는데 최근 김 대표의 리더십 문제가 자주 거론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다.
저는 전당대회에서 김한길 대표를 적극 지지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대표를 누가 뽑았나? 새누리당에서 뽑았나? 우리 민주당이 직접 선출한 당의 대표 아닌가? 그렇다면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정당정치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현안별로 지도부와 이견이 있어 이를 의원총회를 통해 공론화 하기도 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당지도부에 의견을 전달하고 때로는 치열하게 토론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지 리더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뒤에서 지도부를 흔드는 모습은 신뢰받기 어려운 태도라고 본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지 9개월이 지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거듭되는 해외순방 등으로 국외에서 보여지는 실적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야의 정국 경색 등을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은데 그간 박근혜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이명박정권 5년동안 불통정권이라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국민들은 소통하고 싶어 했지만 이명박정권은 그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 골라서 들었다. 그런데, 박근혜정부 출범이후 MB정권의 ‘불통’에 ‘분열’이 추가된 모양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 출범이후 윤창중 대변인 선임을 시작으로 계속된 인사시스템은 가히 인사참사 시리즈라 할만 했다.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 국정원 댓글 논란에도 청와대는 말 한마디 없는 실정이다.
대야 관계에서도 여야대표 3자회동, 국회 시정연설 등 겉으로 보여주는 모습에만 치우쳤지 실상 야권에서 요구하는 ‘국정원 특검’ 등에 대해서는 답이 없다. 한 마디로 대통령이 야당을 정치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의 대선 핵심공약이었던 ‘기초연금’은 박대통령 임기 1년이 지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축소가 확정되면서 친박 핵심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까지 벌어졌다. 박근혜 정권에서 또 어떤 사고들이 어떻게 일어날지 정말 걱정이다. 인사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고, 야당을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생각하는 청와대의 의식변화가 없는 한 남은 4년이 국민대통합시대는커녕 국민대분열시대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어쩌면 국민들은 겪어보지 못한 혹독한 경험을 할 지도 모르겠다.
-의원님은 19대 국회의원으로서 의정활동을 펼친지 1년 반이 지났다. 의원님의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방향은 어떻게 계획하고 계신지.
언제나 그렇듯 저의 하루는 스물다섯살의 ‘말’지 기자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 시민단체 활동은 무보수 공익활동이었다. 국회의원은 보수 받으며 공익활동을 하는 것이더라. 하는 일은 같은데 일하기는 더 낫다.
언론의 정론 기능 없이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으로 미방위에서 활동중이다. 의정활동을 도와주는 보좌진들이 있고, 다양한 고급 자료에 접근할 수 있으며, 일을 추진하는 과정이나 결과가 신속하게 진행되고 도출된다는 점에서 일하기 좋은 환경이다. 열심히 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지금 속해있는 상임위 활동 등 앞으로도 열심히 할 생각이다. 목표는 밥 값 하는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다.(웃음)
대담·정리=이승구 정치부 기자 nazirite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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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최민희 그는 누구인가
30여년간 시민언론운동 벌인 ‘언론운동의 투사’
국회 입성 후에도 건강한 언론환경 위해 노력
30여년간 시민언론운동을 하며 ‘언론운동의 투사’라고 불리우는 최민희 민주당 의원.
최 의원은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진보적 월간지 ‘말’의 1호 기자로 언론과의 인연을 맺었다.
이후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사무총장과 대표를 역임하면서 긴 시간 시민활동가로서 언론활동을 이어갔고,참여정부 시절에는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의 직책을 맡아 언론개혁운동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19대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여의도에 입성한 후에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송과 언론개혁을 위해 힘써왔다.
그의 1년 의정활동 가운데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던 부분은 국정감사였는데 그는 공정성을 잃어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MBC·KBS 등 공영방송과 종합편성채널의 핵심 문제들에 대한 송곳 같은 질문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저의 하루는 스물다섯살의 ‘말’지 기자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면서 국회의원이 되어도 여전히 청년 때의 열정을 간직하고 있는 그는 의정활동의 목표에 대해 “밥값 하는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라며 소박한 꿈을 이야기했다.
정책적인 언론개혁을 실현하기 위해 정치에 입문한 그녀는 공정한 방송과 건강한 언론환경을 목표로 오늘도 불철주야 달리고 있다.
프로필
△1960년12월3일 서울 출생 △서울 혜화여자고등학교 졸업 △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 졸업 △1985년 월간 ‘말’ 기자로 언론계 입문 △前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 및 상임대표 △(사)수수팥떡가족사랑연대 대표 △前 제 3기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前 국민의 명령 집행위원장 △前 혁신과 통합 사무총장 △現 19대 국회의원 (민주당/비례대표) △現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