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옥석 가리기' 본격화…K-기업, AI 고도화 온힘
올해 초거대AI 사업 첫발…내년 솔루션 적용·성과 도출 전망
ICT 업계, 자체 개발 모델 잇따라 공개…시장 공략 본격화
LLM 경량화·최적화 변수…수익 모델·서비스 차별화도 관건
2023-11-08 이태민 기자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초거대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경쟁이 내년부터 의료·광고·유통 등 일상 서비스 전반으로 확전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기업들은 관련 기술 고도화와 사업 전략 수립에 주력하고 있다.
8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올해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모델을 속속 공개하면서 국내 시장에 뛰어들었다. 앞서 LG, 네이버·카카오, SK텔레콤·KT, 엔씨소프트 등 ICT 기업들이 참전한 가운데 최근 삼성전자도 자체 모델을 공개하면서 시장 선점 경쟁 등판을 예고했다.
올해는 챗GPT의 등장으로 'AI 시대'가 열리면서 국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면, 내년부터는 기업간거래(B2B)·기업소비자간거래(B2C) 등 영역에서 다양한 활용 사례를 만들어 나가며 수익화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초거대 AI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폰으로 승부수를 띄울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클라우드 AI가 아닌 기기 자체에 초거대 AI 기능을 탑재하는 '온디바이스 AI'를 새로 출시될 예정인 단말 모델에 탑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8일 '삼성 AI 포럼 2023'에서는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모델 ‘삼성 가우스’를 첫 공개했다.
LG는 '엑사원(EXAONE) 2.0' 버전을 지난 7월 선보이며 B2B 특화 모델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화학·바이오 등 전문 분야를 비롯해 신소재·신약 탐색 등에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LG그룹 내 AI 연구자와 임직원, 협력 중인 대학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통신 3사는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초거대 AI 모델을 각각 공개, B2B 공략을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섰다.
SK텔레콤은 지난 9월 '에이닷'을 정식 출시했다. 향후 기존 통신서비스·고객응대·서비스 이용·라이프스타일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통신사 특화 LLM으로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KT도 지난달 '믿음'을 출시하며 B2B 사업을 전개했다. 믿음은 4종의 모델로 출시, 완전 맞춤형으로써 기업의 규모와 사용 목적에 맞게 지원할 방침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일 △U+AICC 온프레미스 △U+ AICC 클라우드 △우리가게 AI를 ‘AI 3대 서비스’로 낙점하고 역량을 집중해 B2B 시장을 공략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엑사원 2.0'과 협력하는 한편, 내년에는 자체 개발한 '익시젠'도 선보일 계획이다.
네이버는 AI 기반 수익 창출을 본격화한다. 지난 8월 공개한 자체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인프라로 삼아 다양한 고객향 서비스와 기업향 상품을 공급하며 신규 수익원 발굴을 본격화한다는 목표다. 네이버는 자사의 다양한 서비스에 이를 결합하며 활용 사례를 늘리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국내 게임사 최초로 자체 개발한 AI 언어모델 '바르코(VARCO) LLM'을 기반으로 디지털 휴먼, 생성형 AI 플랫폼, 대화형 언어모델 등 다양한 AI 연구와 사업을 추진 중이다. 향후 교육·금융·바이오 분야 등 파트너들과 협업을 통해 전문지식을 결합한 도메인 전용 모델도 선보일 계획이다.
관건은 수익성을 최대한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다. 개발 및 서비스 제공 등 운용 비용이 막대하게 투입되는데,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비용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픈AI의 경우 챗GPT 서비스를 위해 약 9억원의 운용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네이버의 상반기 영업이익(약 7031억원)의 46% 수준이다. 비용 및 전력 절감 등을 위해선 향후 경제성과 고성능을 겸비한 경량화 AI를 개발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들은 우선 B2B 모델부터 수익 모델을 구축한 뒤 다양한 분야로 수익성을 검증해 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자사의 주요 B2B 서비스와 초거대 AI 기술을 결합해 판매하는 방식 및 자체 계열사 및 일부 사용자 대상 베타 테스트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썬 수익 모델이 뚜렷하지 않은 만큼 사용자 확보와 서비스 차별화가 생존 관건이 될 전망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각사의 기술을 투입한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내년은 서비스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에 초점을 두고 사업 계획을 수립 중"이라며 "기업향과 고객향 및 각사의 중심 사업 등을 위주로 서비스 방향을 고민 중이며, 성과는 모델 개발 후 1년 뒤인 내년 2분기를 기점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