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 재점령' 시사에 美 난색···'두 국가 해법' 안갯속

네타냐후 "전후 가자지구 전체 안보 책임질 것" 이-팔 공존 '두 국가 해법'과 배치···美 "좋지 않아" 이스라엘 국방 장관, 논란 수습···"가자 통치 없어"

2024-11-08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 재점령 시사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을 해 파장이 일고 있다. 전쟁 후 가자지구 안보를 책임지겠다고 한 그의 의사는 사실상 점령 의지로 읽힌다는 평가다. 미국은 즉각 난색을 표했으나, 국제사회가 추구해 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이 불투명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복수 외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6일(현지시간) 미국 ABC 뉴스 인터뷰를 통해 전쟁 이후 가자지구 전체에 대한 안보를 책임질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 같은 발언에는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세력에 대한 불신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우리가 안보 책임을 지지 않으면 우리에게 닥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규모로 하마스의 테러가 터져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이 명확한 '재점령 의사'를 보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하마스 제거로 전쟁이 끝난 뒤에도 이스라엘이 자국의 안보를 위해 필요시까지 가자지구 통치에 관여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이스라엘이 이제 가자지구를 점령하려고 의도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영국 가디언도 종전 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무기한 통치 가능성을 거론했다. 네타냐후의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추구해 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공존, 즉 '두 국가 해법'에 정면으로 반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7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은 이스라엘을 위해 좋지 않다고 여전히 믿는다"고 말했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에 대해 "이런 결정은 팔레스타인인이 주도해야 하며, 가자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팔레스타인 땅으로 남을 것이라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달 CBS 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두 국가 해법이 필요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똑같이 평화 속에 공존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은 현재 하마스 이외의 다른 팔레스타인 정당 등에 전후 가자지구 통치를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이 같은 입장이 나온 이상, 전후 이스라엘 정부의 가자지구 통치 개입 시도를 간과할 수 없다는 게 대체적 시선이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민간인 희생자만 1400여명을 낸 이스라엘이 안보를 명분으로 통치 관여를 시도한다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쉽사리 반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통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의 재점령 시사 발언 이후 높아지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아랍·이스라엘 전쟁에서 이겨 가자지구, 동예루살렘, 요르단강 서안을 점령했다. 그러다가 2005년 가자지구에서 정착촌과 군대를 철수시켰으나 이듬해 하마스가 집권하자 분리 장벽으로 자국 안보를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