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메가시티 서울과 내 집 마련

2024-11-09     나광국 기자
나광국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정치권에서 김포의 서울 편입이 내년 총선 판도를 바꿀 수도 있는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수도권 표심에 미치는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왜 김포가 서울 편입 1호가 돼야 하는지 꼭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서울로 통근이 많고 생활권이 서울이란 이유로 편입돼야 한다면 고양이나 하남, 광명 등도 배려돼야 한다.

물론 서울의 역사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대확장’이 떠오른다. 지난 1913년, 1936년, 1949년, 1963년, 1973년 등 5차례 걸쳐 확장됐다. 하지만 그렇게 서울 중심으로 인구가 집중되고 성장했던 결과를 놓고 보면 메가시티가 되려면 반드시 서울이 더 커져야 하는지에 의문이 든다. 1990년대 생긴 1기 신도시를 시작으로 대수도권 개념이 정착됐다. 지금도 정부가 3기 신도시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지연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메가수도에서 메가서울로 급하게 방향을 돌린 배경이 궁금해진다. 메가서울이 지방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될까. 1960년대 이후 한국의 고도성장과 함께 크기가 늘어난 서울은 올림픽이 열린 1988년 인구 1000만명을 넘겼다. 하지만 이제는 인구가 계속해서 경기도로 빠져나가면서 경기도 인구는 1400만명을 돌파했다. 지금의 GTX나 김포 지하철 같은 이슈가 발생한 배경은 결국 서울을 빠져나가도 다시 서울로 가야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이 빨아들인 인구, 일자리, 돈 그리고 권력 등 모든 것을 분산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최근 움직임을 보면 서울과 비서울 간 격차에서 생기는 서울 밖 사람들의 욕망과 위계질서에서 오는 불안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노림수로만 보일 뿐이다. 사실 지금의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여러 사회적인 문제는 서울 중심의 발전에서 나타난 부작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지방은 입주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9월 전국 입주율을 보면 65.1%로 전월보다 6.4%p 하락했고 수도권은 81.1%에서 8.15%로 0.4%p 높아졌다. 반면 비수도권은 5대 광역시가 68.3%에서 63.3%, 기타지역의 경우 70.3%에서 60.3%로 각각 5%p, 10%p 하락했다. 대부분의 인프라와 일자리 등이 몰린 서울에 살고 싶은 욕망이 집값을 높였고 서울행 열차에 탑승하지 못한 사람들은 외곽으로 밀려가며 결국 메가서울 이라는 정치적 이슈가 탄생했다. 모든 원인이 부동산에 있지는 않겠지만 대한민국의 치열한 경쟁사회와 저출산 문제 등은 서울공화국이 만든 결과지 않나 생각해본다. 대부분의 우리는 내 집 마련을 위해 인생의 레이스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 경쟁에서 밀려나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요즘 젊은 청년들의 경우 애초에 불가능하다 판단해 내 집 마련을 넘어 결혼이나 출산까지 포기하는 대한민국이 됐다. 그 효과와 목적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대한민국 사회가 처한 지금의 문제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메가서울이 아닌 차라리 메가충청, 메가호남, 메가영남이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2023년 하나의 도시를 중심으로 성장하는 시대가 필요할까. 다양한 삶의 기회와 다양성을 위해선 이제는 분산이 필요한 시기다. 정치권에서 당장의 표심이 아닌 민심을 읽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