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없어요” 입주물량 감소에 전셋값 오름세… 내년 전세대란 가능성 고조

대출 규제 완화·비아파트 기피 영향에 전세수요↑ 서울 내 주요단지 연 초 대비 전세값 수억원 상승 전문가 “내년까지 전셋값 상승 이어질 가능성 높아”

2024-11-09     나광국 기자
서울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올해 초 고금리 기조와 전세사기 여파로 임차인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면서 역전세난이 예상됐지만 우려와 달리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선 매매 대신 전세를 택하거나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큰 빌라 대신 아파트 전세를 선호하는 이들이 늘면서 매물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일 것이란 전망에 따라 전셋값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9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전세가격지수 변동률은 0.32%로 전월(0.15%)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서울과 수도권은 각각 0.45%, 0.62% 올랐다. 부동산R114 통계에서도 서울 아파트 전세값은 9월 0.09% 하락했지만 역전세 반환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완화된 시점인 7월에 보합으로 전환한 뒤 10월에는 0.17%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출 규제가 완화되면서 집주인들이 이전의 높은 전세 보증금을 임차인에게 돌려줄 여력이 생기자 전셋값을 다시 올렸다는 해석이다. 또 은행권의 전세대출 금리가 낮아지면서 전세 수요를 증가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월세 수요가 전세로 전환된 여파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사기 공포로 비(非)아파트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 옮겨간 것도 전세 수요가 늘어난 원인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2020년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서울 지역에서 거래된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 전세 거래 49만 8778건을 분석한 결과, 전세 거래 비중은 2022년 12월 51.9%로, 2020년 1월 이후 처음으로 연립·다세대 전세 거래 비중을 추월했다. 이처럼 전세값 상승세가 최근까지 이어지자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도 7개월 만에 5억원을 회복했다. KB부동산 월간주택시장동향 자료를 살펴보면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5억333만원으로 지난 3월(5억333만원) 이후 7개월 만에 5억원을 넘어섰다. 중위가격은 조사표본을 가격 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위치하기 때문에 시세 흐름을 판단하는 자료로 평가된다. 이처럼 아파트 전세를 선호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매물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총 3만4499건으로 1년 전 4만9051건 대비 29.7% 감소했다. 서울 자치구 25개구 가운데 감소율이 50% 이상인 곳만 서대문·강서·강북·성북·마포·은평·동작·양천·관악 등 9개구에 이른다. 대표적인 직주근접 지역인 마포구 아현동의 경우에도 898건에서 266건으로 매물이 70.4% 사라졌다. 서울 일부 단지에서 전셋값 상승세가 뚜렷하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전용 84㎡)는 지난달 27일 12억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지난 1월 8억3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4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아울러 서울 성동구 금호동4가 힐스테이트서울숲리버(전용 59㎡) 또한 지난달 18일 7억7000만원에 전세 신규 계약이 체결돼 종전 거래보다 1억원 넘게 올랐다. 송파구 잠실동 인근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올해 초 시장에서 전망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은 정반대 상황”이라며 “이전에는 세입자 모시기에 나섰다면 지금은 오히려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높여도 계약하려는 사람들이 대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상황이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도 늘어난 전세 수요에 따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전셋값은 남은 4분기 상승세를 이어가고 2024년에도 상승할 전망”이라며 “전세시장은 매매 수요 축소에 기인한 임대차 시장으로의 추가 수요 유입이 예상되고 입주 전망 물량도 올해보다 소폭 줄어들어 가격 상승의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