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데뷔전…첫 경영심판대 성적은

지속가능경영 핵심 ‘신사업‧해외’, 차기 리더 주요 과제 떠올라 삼양‧한화, F&B 첫 주도작 흥행가도…CJ, 젊은 감각에 힘 보탠다

2023-11-09     김민주 기자
사진은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유통‧식품업계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진행되면서 오너 3세들의 경영 능력이 주목받고 있다. 고환율‧고물가‧내수시장 정체 등 대내외적 복합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차기 오너들의 경영 자질을 보여줄 데뷔전이 치뤄지고 있다.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CSO)은 지주사 사명 및 CI 개편을 주도하며 그룹의 새 시대 개막을 이끌고 있다. 지난달 전 본부장은 정기 임원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하며 승계 구도의 윤곽을 드러냈다. 향후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과 삼양식품 신사업본부장도 새롭게 맡아 겸직하게 된다. 지난달 진행된 비전선포식에선 공식 석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직접 삼양애니를 주축으로 한 e-터테인먼트 등 향후 비전에 대한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룹의 정체성 재확립 및 비전 수립을 최전선에서 이끈 만큼 향후 주요 신사업 및 조직 개편 과정에서 전 상무에게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전 상무의 라면 부문 데뷔작인 ‘맵탱’은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 300만개 돌파라는 성과를 도출했다. 직속조직으로 라면 TFT팀을 신설하고 맵탱 브랜드의 제품 기획, 네이밍, 디자인, 광고 등 전 과정에 참여했다. 어머니이자 삼양식품 대표이사인 김정수 부회장의 ‘불닭볶음면 신화’를 이어갈 차기 리더로서의 역량을 보여줬단 평이다. 김동선 한화 본부장의 야심작이자 첫 F&B부문 성과인 ‘파이브가이즈’는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파이브가이즈는 미국의 유명 햄버거 프랜차이즈로, 김 본부장의 주도 하에 국내 첫 론칭했다. 지난 6월 서울 강남점 개점 당시 오픈런 행렬을 기록하고, 지난달에는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2호점을 열며 빠르게 국내 햄버거 시장에 안착했단 평을 받는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8일 오후 김 본부장의 자사 주식 취득 사실을 공시하며 김 본부장의 직위를 부사장으로 명시했다. 김 본부장은 그간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해 온데 이어 이달부터 부사장 직함으로 경영 활동을 본격화하는 등 경영 일선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김 본부장의 부사장 승진을 두고 업계에서는 김승연 한화 회장이 김 본부장 경영 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첫 자체 주도 신사업인 파이브가이즈의 흥행이 큰 영향을 끼쳤단 분석이다. 이 외 호텔앤드리조트 설악 부지 개발 계획 추진, 고객 다변화 성과, 한화로보틱스 미래 전략 수립 등 다양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는 지난해 인사를 통해 글로벌 식품 사업을 이끄는 식품성장추진실장직에 올랐다. 해외사업 확장, 대체육 대전환, MZ세대 사내벤처 육성 등 트렌디한 개혁에 한창인 만큼, 1990년생인 이 실장의 역할에 무게가 실린다. 식품성장추진실은 이 실장의 주도 하에 글로벌 공략 핵심 거점으로 신설된 부서다. 젊은 한식 셰프를 발굴해 육성하는 퀴진.K(Cuisine.K) 프로젝트 등이 대표 성과로 꼽힌다. 아이디어 제안과 프로젝트 기획 및 추진 등 모든 과정에서 이 실장이 솔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은 해당 프로젝트의 실행력을 극대화하고자 식품성장추진실 산하에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전문 인력을 보강하는 등 이 실장의 행보에 힘을 보탰다. 이 실장이 글로벌 식품사업을 맡은 이후 CJ제일제당의 해외 식품사업 매출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올 분기별 전체 연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세를 보였지만, 해외 실적만 따로 빼고 보면 선방했다. 식품 매출 내 해외 비중이 49%로 확대되며 이익 개선에 기여했고, 미주‧중국‧일본‧유럽 등 주요 지역 매출 성장세가 지속됐다. 글로벌 사업 순항 기조를 타고 올해 해외 현지 캐파 및 영업망 확대를 꾀한단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구감소에 따른 시장 규모 자체의 축소로, 내수시장은 성장이 정체됐고 최근엔 정부의 물가 관리 기조까지 더해져 수익성 제고에 제한이 걸렸다”며 “결국 미래 고부가가치 신사업 발굴 및 해외 사업 역량 강화가 그룹의 지속가능경영을 좌우할텐데, 최근 오너 3세들의 행보는 이와 밀접하게 맞닿아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