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구 칼럼] 아쉬움 남긴 고향사랑기부제…과제와 해법은

2024-11-09     매일일보
조재구
지방자치 및 균형발전의 날(10월 29일)을 맞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10월 12일부터 사흘간 일본을 방문해 스미다구의 후쿠사이 미술관과 도쿄 린카이 광역방재 공원을 인상 깊게 돌아봤다고 한다. 두 곳은 일본의 고향납세제 재원으로 설립한 주민시설이다. 지방소멸과 지역경제 활성화는 한국과 일본 모두가 직면한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고향사랑기부제는 도입 취지가 매우 좋았다. 일본의 성공 요인을 바탕으로 우리만의 건전한 기부문화를 조성하고,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서 우리나라도 올해 1월부터 고향사랑기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부터 방탄소년단, 손흥민 선수까지 고향사랑기부제에 참여했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아쉬움도 남았다.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홍보 부족과 저조한 참여는 풀어야 할 과제다. 행정안전부가 국회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2분기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액은 전체 140억 원 남짓으로 나타났다. 재작년 국내 기부금 총액이 15조 6천억 원, 지난해 일본의 고향납세액이 8조 6천억 원인 것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액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기부 건수와 기부금이 감소하는 추세도 문제다. 1분기 보다 2분기에 기부건수가 2만 건 가까이 줄었고, 기부금액도 20억원 넘게 감소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일본의 고향납세제 성공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 나가사키현 주변부에 있는 ‘히라도시’는 대표적인 고향납세제 우수지자체다. 인구소멸 지자체로 거론되던 인구 3만 명 남짓의 작은 어촌은 어떻게 1년 동안 14억 엔(약 140억 원)을 모금했을까. 우선 고향납세용 특수 카탈로그를 만들었다. 백화점 우수 고객을 유치하는 것처럼 수준을 높였고, 26종에 불과하던 메뉴도 110종으로 늘렸다. 여기에 답례품 포인트 제도까지 추가했다. 답례품 일부를 사용 가능한 포인트로 전환하며, 적립된 포인트로 체험형 관광을 유도해 ‘관계인구‘를 늘려나갔다. 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는 전국에서 들어온 기부금 사용처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 기부자가 낸 기부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알 수 있게 하며, 새로운 고향납세제 기부상품들을 홍보했다.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 해법은 무엇일까. △답례품의 차별화 △적극적인 마케팅과 홍보 △민관협력 플랫폼 활용 △기부자와 사용처 정보공유 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고향사랑기금에 대한 일반회계 지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지역주민부터 공무원까지 한마음으로 앞장서는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전북 임실군의 '임실N치즈'는 모범사례로 손꼽힌다. 민관이 함께하며,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100일 만에 3억 원이 넘는 기부금을 모았다. 전국에서 1위를 기록했다. 공생과 상생의 지방시대를 꿈꾼다. 우리만의 건전한 기부문화를 조성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도입된 고향사랑기부제가 진정한 지방시대를 위한 마중물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