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넘긴 이-팔 전쟁···시가전 본격화 속 '인질·전후 통치' 과제
억류 인질 240명 규모···하마스 '전술적 활용' 우려 민간인 피해 증가, 이스라엘에 부담···UN 총장 비판
2024-11-09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개시 한 달째를 넘겼다. 하마스 완전 제거를 노리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세를 높이며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이 전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인질 석방과 민간인 보호, 전후 통치 문제 등 과제는 산적한 상황이다.
9일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7일(현지시간)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시작된 양측의 전쟁은 한 달을 넘겨서까지 끝나지 않고 있다. 기습으로 1400여 명의 희생자를 낸 이스라엘은 '분노의 복수'를 천명하며 반격에 나섰고, 하마스 괴멸을 목표로 그들이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는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전에 나선 상태다. 전쟁 주도권은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이 가진 모습이다. 이스라엘은 우방 미국의 지원 속에 속전속결로 가자지구를 접수하고 있다. 대규모 지하 땅굴을 가진 하마스도 필사의 항전을 하고 있지만, 하마스의 전력만으로는 이스라엘에 역부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은 지상 작전을 통해 가자지구를 하마스가 있는 북(北) 가자와 피란민이 모인 남(南) 가자로 나눠놨으며, 현재는 하마스 근거지인 가자시티를 전면 포위해 시가전을 공식화했다. 이렇듯 전쟁 주도권을 가진 이스라엘이지만 마냥 공세만 취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풀어야 할 숙제가 많기 때문인데, 대표적으로 인질 문제가 있다. 현재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은 240여명 규모로 전해진다. 이스라엘은 종전에 앞서 인질 석방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인도적 차원의 일시적 교전 중지를 압박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달 말 카타르의 중재로 양측이 50명 규모의 인질을 풀어주는 협상이 이뤄졌으나, 지상전에 의해 물거품이 되기도 했다. 하마스가 더욱 공세에 몰릴 시 인질을 활용한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늘어가는 민간인 피해도 이스라엘에게는 큰 부담이다. 하마스 산하 가자지구 보건부는 개전 이후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가 1만300명을 넘었으며, 이 가운데 어린이 사망자는 4200명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가자 북부에 묶여있는 민간인들이 다수인 점을 고려할 때 인명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8일 전쟁과 관련해 "하마스가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는 것 역시 위반 행위"라면서도 "그러나 이스라엘 군사 작전으로 사망한 민간인들의 숫자를 본다면, 분명히 무언가 잘못된 것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이 끝난 뒤 가자지구에 대한 통치권 행사에 대해서도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종전 후 가자지구 안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재점령'을 시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CBS 인터뷰에서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도 8일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 회의 부대행사에서 전쟁 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가자지구 통치 주체가 돼야 한다고 했다. 논란이 일자 이스라엘은 "종전 후 가자 통치는 없다"고 한발 물러났지만, 안보를 명분으로 통치 관여를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