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도 주식도 시원찮네…갈 곳 잃은 시중자금 ‘부동화’

대기성 자금 MMF 잔액 한 달 만에 28조원 늘어 증시 자금은 대거 이탈...이자 챙기며 '눈치보기'

2024-11-09     이광표 기자
갈곳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미국 장기채 금리 급등과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로 증시가 불안한 흐름을 나타내면서 단기투자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종료 기대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등 여전히 변수가 많아 부동자금이 증시로 흘러 들어갈 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 규모는 빠르게 감소중이다. 증시 자금이 단기부동화 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MMF 잔고는 197조695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초(169조5020억원)와 비교해 28조원 넘게 늘었다.  MMF 잔고가 190조원을 돌파한 건 지난 4월 19일 190조9309억원 이후 약 7개월여만이다. MMF잔고는 지난 10월 30일 192조6171억원으로 190조원을 재돌파한 뒤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계절적 요인과 은행채 발행 부담, 외평채 이슈 등으로 단기자금 경색 우려가 가중됐던 지난 9월 말 당시 170조원까지 줄어들었던 규모가 두달 만에 30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MMF는 단기금융상품인 단기채권이나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예금 등에 투자하는 초단기 상품이다. 하루만 입금해도 이자를 받을 수 있어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투자자들이 투자 전 보관하는 용도로 주로 사용한다. MMF는 보유 채권의 가격을 장부가로 평가한다. 즉 수익률 변동성이 크지 않다. 이처럼 MMF에 자금이 몰리는 이유는 증시가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31일 2277.99포인트를 기록하며 지난 1월 6일(2289.97포인트) 이후로 2200선으로 밀리는 등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반대로 투자자 예탁금 규모는 빠르게 감소 중이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예탁금 잔고는 46조569억원으로 지난 7월 28일 기록한 58조1990억원 대비 12조1420억원이 증발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주식 조정 등으로 대기자금이 늘어난 상황에서 단기금리 상승으로 MMF 수익률의 상대적인 메리트도 확대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펀드슈퍼마켓에 따르면 ‘Plus 신종법인용MMF1’의 6개월 수익률은 1.95%다. 1년의 경우 3.9%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또 ‘Plus 신종 개인용 MMF2호 종류 C-p1e(연금저축)’이 1.92%, ‘Plus 신종 개인용 MMF2호 종류 C-e(1.92%), ’신한개인용MMF제2호 S-p‘(1.87%), ’KB 개인용MMFP-1호 S‘(1.87%) 순이다. MMF가 주로 투자하는 단기금융상품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3.830%, 기업어음(CP) 금리는 4.310%로, 최근 상승 추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CP금리는 지난 한달 간 25bp 치솟았다. 4%를 돌파했던 시중은행 정기예금 연 이자율이 3%대로 떨어진 걸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중이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에 대해 "플러스와 마이너스 요인이 공존하고 있다"며 "연말까지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고, 2024년 예산안과 전쟁국 추가 지원안 패키지 규모에 대한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립 중"이라며 "지수 반등을 위해서는 2차전지와 IT 두 업종 동시 반등 필요하지만 2차전지의 경우 외인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이익모멘텀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금리인상이 종료될 것이란 기대감에 MMF로 돈이 유입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금리 고점론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안심하기에 이르다는 평가도 많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재정 적자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머스 전 장관은 지난 6일 한국은행-세계은행(WB) 서울포럼에서 "연준이 12월에도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 번의 추가 인상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국내주식형 펀드에는 최근 한 달 간 1조2544억원의 자금이 새롭게 설정됐다. 금리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만기매칭형 채권펀드도 인기를 끌었다. 같은 기간 1조77억원이 들어왔다. 만기매칭형 채권펀드는 중간에 채권을 사고 팔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을 고려, 만기 때 상환 원금을 받는 전략을 활용해 금리가 올라도 손실이 나지 않는 상품이다. 한 자산운용사 MMF 매니저는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굉장히 커지면서 대기자금이 MMF에 몰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이러한 환경으로 저축은행 등 기관들이 대기자금을 초단기로 운용하려는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작년 대비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아직 많이 안 오른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