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악화’ 러‧일, 핵무기 군축 협력 협정 중단

미하일 미슈스틴 러 총리, 문서에 서명 …우크라이나 사태 후 ‘양국 관계 악화

2024-11-10     김민주 기자
미하일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러시아 정부가 일본과 체결한 핵무기 군축 협력에 관한 협정을 중단한다.

10일 타스·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공식 법률 공포 사이트에는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가 서명한 이러한 내용의 문서가 게재됐다. 해당 문서에는 “러시아 연방의 국제조약에 관한 법률 제37조에 따라 러시아에서 감축된 핵무기 폐기 지원에 관한 협력을 위해 일본 정부와 체결한 협정과 이러한 목적을 위한 협력위원회 설립을 종료한다”라는 내용이 기재됐다. 러시아 외무부가 해당 결정을 일본 측에 통보하도록 지시했다. 앞서 1993년 10월 13일 러시아와 일본이 체결한 해당 협정은 러시아가 양자 및 다자 조약이나 자체 결정에 따라 감축하기로 한 핵무기를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태평양 함대가 바다에 액체 방사성 폐기물을 버리는 것을 중단하기로 합의하면서 지하 매립 절차를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일본은 러시아의 핵잠수함 해체 등 무기 처리를 도왔다. 양국은 이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이러한 틀 안에서 협력을 위한 우선 분야 확인, 정보·연구 결과 교환, 구체적인 협력 프로그램 개발 등 활동을 펼쳐왔다. 러시아가 일본과 이 같은 협정을 중단하는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후 악화한 양국 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양국 관계 악화 원인으로 일본의 대러시아 제재 동참 및 우크라이나 지원, 일본 사회 내 러시아 혐오 감정 조장, 러시아 극동 인근에서의 일본·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간 군사 활동 증가 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안드레이 구빈 극동연방대 교수는 '라디오 스푸트니크' 인터뷰에서 “협정으로 러시아는 일본의 실질적 도움을 받아 작업을 완료했지만 오늘날은 의미가 없어졌다”며 “국제 관계의 새로운 맥락에서 일본은 러시아에 적대적인 입장이며, 우리는 일본의 도움 없이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선호한다”라고 분석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일본 측에 알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내려진 이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며 “외교 채널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7일 러시아는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 공식 탈퇴를 발표하며 나토 회원국과의 군축 협정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CFE는 냉전 말기인 1990년 나토와 당시 나토와 대립한 소련 주도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체결한 조약으로, 양측 균형을 위해 전차, 전투기, 공격 헬기, 장갑차, 대포 등 재래식 무기의 보유 목록과 수량에 제한을 뒀다. 러시아는 지난 2일 모든 핵실험을 금지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도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