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올해 ‘깜짝실적’ 거뒀지만…상생금융 불똥 튈라 ‘표정관리’

역대급 순이익에...정부, 은행권 이어 보험업계 압박 보험료 인하·취약층 대상 저축성 보험 출시 등 고민

2024-11-12     이광표 기자
김주현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이 금융권 전방위로 향하면서 보험업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올해 호실적을 거둔만큼 상생 압박의 수위가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보험업계는 은행권에 이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업권 중 하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당기순이익은 3조8159억원, 5조32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5.0%, 5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보사와 손보사의 실적을 합쳐봐도 지난해와 비교해 63.2%(3조5399억원) 급증했다. IFRS17(새국제회계기준) 도입 영향도 있지만 이를 제외해도 올해 전체적으로 역대급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급 실적을 거두다보니 정부의 은행권 대상 상생금융 압박에 보험사 역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6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최근 금융현안 논의 간담회에 은행연합회장 외에도 생명보험협회장, 손해보험협회장이 참석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대변한다. 당시 간담회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은행권을 겨냥해 "최근 금리상승 과정에서 금융권의 순익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역대 최대 이익에 걸맞게 이 자리에 함께해주신 금융협회가 중심이 돼 금융권의 한 단계 발전된 사회적 역할을 이끌어 달라"고 주문했지만 보험사도 은행권과 같은 요구를 받을 수 있다. 올해 은행권과 카드업계에서 상생금융에 동참한 것과 비교해 보험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상생금융 참여가 저조했지만, 최근 정부가 다시 금융권을 대상으로 상생금융 압박을 하며 보험업계도 이 분위기를 피하기 어려워졌다. 다만 보험업계는 이자를 감면과 유예 등이 가능한 은행권과 달리 마땅한 상생금융 방안이 없어 고민이 깊다. 업계에서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저축성보험 상품이나 자동차 보험료 인하 등을 통해 상생금융에 동참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손보업계는 필수보험인 자동차보험료 인하폭이 타깃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자동차보험은 법상 의무 가입 상품인 데다 보험료가 소비자물가지수(CPI)에도 반영되는 만큼 정부 입장에선 '생색'을 내기 좋은 상품이라는 지적이다. 만년 적자 영역으로 여겨졌던 자동차보험은 2021년부터 흑자기조로 돌아섰다. 올해도 상반기까지 5559억원의 이익이 났다. 지난해 상반기 6256억원보다 다소 적지만 2021년 상반기 4137억원보다는 많다. 2021년 이익을 바탕으로 2022년 1%대 초반의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이뤄졌고, 올해는 지난해 이익을 기반으로 2% 가량 자동차보험료가 내려갔다. 내년도 보험료는 상생금융까지 고려한 인하폭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최근에 금감원과 자동차보험시장에서 시장점유율 약 85%를 보유한 대형 4개 보험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들이 만나 자동차 보험료 인하 필요성에 공감하며 이달 중 1.5~2%대 인하 내용을 고민 중이다. 주요 손보사들은 현재 보험료 인하여력을 내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내년 자동차보험료를 최대 2%까지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생보업계의 고민은 더 깊다. 일부 보험사들이 사회적 약자 대상 저축성보험 상품을 상생금융 이름으로 출시했거나, 출시 예정이지만 고금리 시대에 은행 예·적금보다 경쟁력있다고 할 수 없어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다.  앞서 생보업계에서는 지난 8월 한화생명, 10월 삼성생명이 상생금융방안을 공개했으며 교보생명은 내달 1일 취약계층을 우대하는 저축성보험을 내놓을 예정이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손보업계와 같은 보편적인 상품을 찾기가 힘들어 각사 모두 부담을 느끼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사를 중심으로 상생금융 상품이 나오면서 중·소형사들도 내부적으로 상생금융 상품을 마련하기 위해 검토 단계에 들어갔다”며 “다만, 보험상품 특성상 실효성 있는 상품을 내놓기 제한적인 상황이다 보니 충분한 검토와 고민의 시간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오는 15일 보험개발원 주최로 열리는 '금감원장 초청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보험사 경영자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 행사는 2011년부터 매년 11월 진행하는 연례행사로 보험권에서 한해 가장 큰 이슈가 됐던 사안을 금감원장이 선정해 강연을 진행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하지만 올해 행사에서는 이 금감원장이 보험사 CEO들에게 상생금융 방안 추가 마련을 주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금융권에 대한 '종노릇' 등 질타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감독 수장과 보험사 CEO들이 마주하는만큼 강도 높은 상생 주문이 있을거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년 진행하는 행사지만 올해는 상생금융에 대해 이야기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