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커머스업계, ‘역직구’로 신성장 동력 발굴
최근 4년간 해외 역직구 거래액 9조7000억원 온라인 시장 성장 둔화 등 내수 불황 돌파 차원
2023-11-13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이커머스 업계가 해외 소비자들이 국내 판매자의 상품을 구매하는 ‘역직구’(전자상거래 수출)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전세계적으로 일상화되면서 경쟁력 있는 국내 브랜드를 해외에 선보이고, 수익성을 끌어올리려는 것이다. 또한, 한류 문화가 글로벌 시장 곳곳에 스며들자 이를 수출증대를 위한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동작을)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지난 8월까지 4년여간 해외 역직구는 1억5천400만건으로 집계됐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72억달러(한화 약 9조7000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역직구는 △2019년(1300만건) △2020년(2700만건) △2021년(4100만건) △2022년(4400만건) 등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의 경우 지난 8월까지만 2900만건 역직구가 이뤄졌다. 국가별로는 일본이 1400만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530만건), 싱가포르(200만건), 미국(100만건) 등이 뒤따랐다. 이처럼 높은 시장성이 전망되자 이커머스 기업들이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역직구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유통공룡으로 거듭난 쿠팡은 지난해 10월부터 성공 DNA인 로켓배송·직구 모델을 대만 시장에 이식하고 현지 공략에 역량을 쏟고 있다. 지난 2일 두번째 대형 풀필먼트센터를 오픈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세번째 풀필먼트센터까지 마련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쿠팡이 대만 시장에 공을 들이는 것은 인구 밀도가 ㎢당 673명으로 한국(515명) 보다 높고, 지난해 기준 유통시장 규모(소매판매액)도 3조6344억 대만달러(한화 약 157조)에 달하는 만큼 미래 잠재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보급률도 낮은 편으로 시장 확장이 용이하다. 에이블리가 운영하는 일본 쇼핑 플랫폼 ‘아무드’는 국내 쇼핑몰의 해외 진출에 필요한 전 과정을 지원하는 ‘원스톱’ 글로벌 서비스를 지난달부터 공식 운영하고 있다. 셀러는 판매자 홈페이지(셀러 어드민)에서 상품을 택해 ‘해외 판매 연동’ 버튼만 클릭하면 된다. 아무드 연동 이후 △상품 상세 페이지 번역 △사입 △해외 배송 △통관 △고객 커뮤니케이션(CS) △마케팅까지 모든 과정을 에이블리가 도맡아 처리한다. 에이블리는 일촌 진출 서비스를 기점으로 국내 셀러들이 아시아,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 K-패션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SSG닷컴은 지마켓글로벌과 역직구 역량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G마켓글로벌샵을 활용해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몰 우수 셀러들의 패션 뷰티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미국·홍콩 등 전 세계 80여개국 소비자들은 965만여개에 달하는 SSG닷컴 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자리한 지마켓글로벌 자체 물류창고를 통해 각기 다른 판매자로부터 구매한 상품이라도 한번에 수령할 수 있는 ‘합포장·합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온라인 시장 성장세 둔화 등 불투명한 국내 유통 환경이 이어지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역직구 서비스를 강화하는 양태가 뚜렷하다”라며 “이커머스는 전자상거래를 바탕으로 사업을 전개한다는 점에서 오프라인 점포나 거점을 마련하지 않아도, 현지 업체와 협업을 통해 물류망 확보도 해볼 수 있어 해외 진출이 비교적 수월하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욱 거세진 한류 열풍으로 다양한 국가들 사이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고 있기 때문에 역직구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