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신질환,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2023-11-13 농협안성교육원 지선희 교수
매일일보 | 최근 정신병동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시청하게 되었다. 우리가 한 번쯤은 들어봤던 우울증, 사회불안장애, 공황장애, 조현병, 망상 등을 소재로 하여 이러한 증상을 겪고 있을 사람들의 공포감이 어느 수준인지 알 수 있도록 장면을 연출하거나 그래픽 처리를 해서 보여 주었다. 사실감 있는 표현력으로 시청자로 하여금 증상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주었다.
공황장애로 인한 발작 시 호흡곤란을 겪으며 밀폐된 공간을 벗어나 화장실 한구석의 창문을 통해 어렵게 호흡을 하는 모습이나, 물이 목까지 차오르다 몸이 물속으로 잠기는 공포감을 느끼는 환자의 모습을 통해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공포와 불안을 체감할 수 있었다. 사회불안장애를 겪는 환자는 마치 유리관에 갇혀 있으면서 모든 사람들이 유리관 주위로 모여드는 공포감속에 살아가고 있었다. 조현병 환자는 망상, 환청과 와해된 언어, 와해된 행동으로 인해 일상적인 소통이 어려운 상태에서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행동하고 이야기 했다. 이러한 증상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되었을까? ’모든 병은 상실에서 온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거나, 자기 자신을 잃었거나, 또는 행복한 순간들을 잃었거나‘ 극중 주인공의 내레이션이다. 상실한 소중한 것 혹은 상실한 행복한 순간과 이별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거나, 상실한 소중한 나를 지키고 채울 준비를 마치지 못한 이들에게 정신질환이 어느 순간 찾아오게 된다. 어떤 이는 망상, 환청, 어떤 이는 공황장애, 사회불안장애, 강박장애 등 각종 성격장애와 정신질환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지금의 우리는 이전 세대보다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이전세대보다 마음의 병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은 늘어나는 추세인 것 같다. 신체로 나타나는 질병은 병원에 가서 진료도 받고 약도 처방받아 먹으며, 진료 예약일에 방문하여 꾸준히 치료를 받는다. 그러나 마음의 병을 가진 이들은 자신의 병을 숨기게 된다. 사회에서 나약한 사람으로 낙인찍히고 고립될까봐 자신의 병을 숨기고 자꾸만 움츠러든다. 이렇게 스스로 방치하는 순간 증상은 악화되고 사회와 영원히 격리될 수 있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스스로 또는 가족이 숨기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타인의 따가운 시선’일 것이다. ‘왜 이렇게 나약한 거야??’ ‘뭐가 부족해서 저렇게 된 거야?’ ’우리 곁에 있지 않았으면 좋겠어!‘ 등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을 비난하거나 기피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수군거리기 때문에 스스로 병을 감추고 이겨내지 못한 자신을 스스로 비난하기에 이르는 것이다. 감기에 걸리거나, 혈압으로 고생하거나, 당뇨병에 걸리거나, 암에 걸려도 왜 그런 병에 걸렸냐며 평소에 건강관리를 어떻게 하기에 그러냐고 비난을 먼저 하는지 아니면 빨리 병원에 가서 진료 받고 약 처방을 받으라고 권하는지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정신질환도 육체질환처럼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병이다. 우리 육체도 면역력이 떨어지면 감기나 다른 질병에 걸리듯이 마음도 면역력이 떨어지면 상황적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성격장애나 심할 경우 망상 등의 정신증을 수반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모두는 정상 비정상의 경계에 있다. 우리자신과 우리가족도 예외일 수 없다. 정신질환은 누구에게나 찾아 올 수 있는 질병‘ 이라고 극중 주인공은 우리에게 말을 한다. 정신질환에 대한 우리의 사회적인 시선이 바뀌어야 할 때이다. 정신질환은 나약한 사람이 걸리는 병이라거나 사회적으로 고립시켜야 하는 환자라기보다 육체의 병처럼 진료 받고 약 처방 받아 잘 치료하면 얼마든지 일상생활이 가능한 병이라는 인식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치명적인 질병인 암도 조기에 진단받고 치료를 받으면 생존율이 올라가듯이 정신질환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받으면 얼마든지 일상생활 속에서 타인과 어울려 지낼 수 있는 것임을 기억해 보자. 농협안성교육원 지선희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