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가자 4원칙' 발표…이스라엘 '강공 지속·가자 재점령 야욕' 제동거나
가자 인도주의 위기에 국제사회 비판 고조돼 美 "PA 통치 정당"…'2국가 해법' 지지 재확인
2024-11-13 이설아 기자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가자지구 통치를 부정하며 계속된 맹공을 펼치는 상황에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온 미국도 '가자 4원칙'을 발표하며 이스라엘의 가자 재점령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현지시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불가 △팔레스타인인의 강제 이주 △가자지구의 테러세력 근거지화(化) 불가 △가자 영토 축소 불가 등의 내용을 담은 '가자 4원칙'을 발표했다. 그는 "미국은 궁극적으로 요르단 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가 팔레스타인의 리더십으로 통일되기를 희망한다"며 "현재 PA가 서안지구를 통치고 있고, 통치자를 결정하는 것은 팔레스타인 스스로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의 발언은 미국이 '2국가 해법'을 지지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하마스가 축출된 이후 PA가 가자지구의 통치를 맡는 것이 정당하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된다. 또 이는 미래에 대해 미국이 이스라엘과 다른 청사진을 가지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전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PA가 가자지구를 통치하면) 당국이 아이들에게 이스라엘을 혐오하고 죽이도록 교육할 것"이라며 가자지구의 정권 교체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선 바 있다. 이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재점령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가자지구는 1967년부터 이스라엘이 영토를 지배했으나, 팔레스타인들의 지속된 궐기 끝에 1993년 자치체제가 들어섰다. 또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가자지구의 민간인 희생이 최소화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습격한 전일인) 10월 6일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서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도록 둘 수 없다"고 이스라엘의 하마스 완전 제거 목표에 대한 지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러나 "미국은 가자지구에서 무고한 민간인들이 총포에 희생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이스라엘의 포격 지속 및 생필품 공급 중단으로 가자지구 내에서 참사가 지속되는 상황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가자지구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로 큰 병원인 알 시파 병원과 알 쿠드스 병원은 이스라엘의 봉쇄로 인해 연료 공급이 불가능해 운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알 시파 병원의 경우 시설관리 직원이 총격으로 사망하고 인큐베이터에 있던 2명의 미숙아를 포함해 5명이 숨지는 등 비극적 상황에 놓였다. 현재 약 40명의 조산아가 인큐베이터 대신 난방용 전기를 가까스로 활용해 일반 침대를 사용하고 있어, 병원 관계자는 "생존하는 아기들이 점점 줄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연합(UN)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지난 36일간 가자지구 의료시설은 최소 137회 공격받았고, 5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에 인도주의적 휴전, 가자지구 지원 허용, 의료시설 상황 개선 등을 요구하고 나섰으나, 이스라엘은 의료시설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거절의 뜻을 표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병원 인근에 근거지를 두고 민간인을 방패삼는 것이 문제로, 군사 작전은 인질 구출 등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