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금리 장기화에 무너지는 서민금융

대부업 신규대출 1년 새 3분의 1토막 저축銀 치솟는 연체율에 대출중단 속출 카드사, 조달비용 탓에 대출 금리 줄인상

2024-11-13     이광표 기자
2금융권을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고금리가 길어지고 취약차주들의 연체율까지 치솟으면서 2금융권은 물론 대부업까지 이른바 서민금융이 사실상 휴업 상태에 빠졌다.

서민금융을 담당하는 금융사들이 신규 대출을 사실상 중단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저신용 취약계층이 제도권 금융에서 외면받게 되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어서다. 더구나 대통령까지 나서서 불법사금융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만큼 근본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NICE평가정보 기준 상위 69개 대부업체의 8월 말 신규 대출은 950억 원으로 작년 동기(3,066억 원)의 30% 수준에 그쳤다. 대부업권 신규대출 이용자 수도 같은 기간 1만2957명에 그치며 1년 전(2만4955명)의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부업권의 신규대출이 쪼그라든 이유는 높은 조달금리 탓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부업체 추산 조달금리는 연 8% 중반에서 9% 초반 사이다. 지난해보다 3%포인트가량 증가했다. 여기에 대부업권 평균 대손율인 8~10%와 중개수수료 등을 합하면, 법정 최고이자율인 연 20%를 훌쩍 뛰어넘게 된다. 돈을 빌려주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저축은행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올해 3·4분기 저축은행 민간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전년 동기보다 절반 넘게 감소했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3·4분기 저축은행의 민간 중금리대출 공급액은 총1조423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3조1436억원) 대비 54.7%(1조7201억원) 급감한 수치다. 올해 저축은행의 민간 중금리대출액은 1·4분기(1조6685억원)와 2·4분기(1조6752억원)에도 전년 대비 각각 39.5%(1조877억원), 50.4%(1조7003억원) 감소했는데 3·4분기 들어 감소폭이 더 커졌다. 차주당 평균 대출액이 늘어나는 등 급전 마련 수요는 여전하지만 예금금리 인상에 따라 조달비용은 더 늘어날 예정이라 올해 연말까지 중금리대출 규모는 더 감소할 전망이다. 카드사들이 서민들의 급전창구인 카드론(장기카드대출)도 문을 좁히고 있다.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가 5%대를 눈앞에 두면서 자금조달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3일 기준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4.822%로 집계됐다. 여전채 금리가 5% 턱밑까지 오르는 건 여러 이유가 있지만, 최근 은행채로의 자금 쏠림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핵심은 카드사들은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어 카드론 등 대출에 필요한 자금의 약 70%를 여전채로 조달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최근 채권시장 금리가 급등하면서 조달비용이 늘어나게 됐다. 이에 따라 카드론 금리도 덩달아 치솟을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신한카드·삼성카드·KB국민카드·현대카드·롯데카드·우리카드·하나카드·BC카드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연 12.45~15.38%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9월 말(연 12.02~14.42%)보다 상단과 하단이 모두 오른 수치다. 중저신용자들의 금리 부담이 실제로 늘어난 셈이다.

연체율 상승도 2금융권이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신규 대출을 중단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6.59%로 1년 전(2.92%)과 비교해 3.67%포인트 올랐고 상호금융조합은 3.78%로 전년 동기 대비 2.03%포인트 증가했다. 신용카드회사는 1.62%에서 2.26%로 0.64%포인트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