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쟁에…참사 예방법·임금체불 해소법 등 '민생 법안' 발목
野 "입법 속도 내겠다" 불구…양당 극한 대립에 법안 폐기 우려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여야가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각종 민생법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정치권 안팎에서 국회의원들의 직무 유기를 질책하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 등을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하는 사이 국회에 제출된 1만 7000여 건의 법안 대부분이 자동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이 가운데에는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발의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상습임금체불 방지를 위한 '임금채권보장법', 전세사기 대책을 위한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민생 법안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문제는 다음 달 9일 정기국회 폐회까지 남은 본회의 일정은 2차례에 불과해 해당 법안들의 통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정쟁이 심화된 탓에 남은 2회의 본회의에서도 법안은 뒷전으로 밀릴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실제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포함한 민생법안들이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여야 충돌로 원활한 진행이 어려워져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되지 않았다.
여야는 현재 이 위원장 탄핵안 재추진과 '쌍특검(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뇌물 의혹)' 및 손준성·이정섭 검사의 탄핵안 등으로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권력기관 특수활동비 감액과 연구개발(R&D) 예산 증액을 놓고 충돌을 예고한 상태다.
더욱이 21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종료되면 여야 의원들은 일제히 총선 준비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여야 갈등의 종식이 없다면 법안 처리는 사실상 불투명하다. 내년 5월 회기가 종료되면 이번 국회에 발의된 법안들은 자동 폐기 수순을 밟는다.
국회가 정쟁에 몰두하느라 민생 법안들을 내팽개쳤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하헌기 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의원들의 법안 처리에 대한 무관심은) 정치의 실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을 설득하거나 여론을 만들어가는 노력 없이, 한쪽(야당)에서는 강행 처리하고 한쪽(여당)에서는 거부권을 행사하기만 한다"며 "여의도에서만 법안이 머물면 안 된다"고 성토했다.
다만 민생법안 처리에 소홀하다는 비판에 정치권은 남은 기간만이라도 입법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노후계획도시 정비를 위한 특별법·지역상권법·공정채용법 등의 통과를 국회에 촉구했고, 민주당은 학자금 무이자대출법 및 개인채무자 보호법, 소상공인 지원법 등을 포함해 요양병원 간병비의 건보료 지원 등에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