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기업에 몰린 정부지원… 中企 “형평성 어긋나”

정부, 대기업 위주 첨단전략 산업에 지원 집중 146조 규모 콘텐츠 산업, 정부 예산은 고작 '1조' 대기업 지원 편중으로 '中企 하도급화' 심화 우려

2024-11-15     이용 기자
태국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정부의 산업 지원이 대기업 위주의 특정 분야에만 몰려 형평성 논란이 지적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국가첨단전략산업과 관련된 연구개발에 세재 혜택을 주는 방안을 마련해 글로벌 수요를 겨냥한 핵심품목의 수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2023년 세법개정안'을 발표, 바이오의약품 관련 8개 기술과 4개 시설을 국가전략기술·사업화시설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바이오 분야는 연구개발에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첨단전략 산업은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분야와 관련된 중소기업은 대부분 대기업의 하청이다. 실제 중소기업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하도급기업 비중은 45.6%이며, 이들의 수급기업에 대한 매출액 의존률은 2009년 76.7%에서 2018년 81.8%로 증가했다. 통계청에 의하면 올해 반도체 분야 특허는 6580건이 출원됐는데, 그중 대기업이 3209건을 출원했다.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합친 출원(848건)에 비해 무려 4배나 많다.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중소기업은 압도적으로 많은 특허를 갖고 있는 대기업과 엮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대기업이 성장할수록 중소기업의 하청 의존도는 더 커지게 된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종사자의 처우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0년 기준 중소기업 종사자는 1754만1182명으로 전체 기업 종사자의 81.3%라고 밝혔다. 정작 중소기업계 전체 매출액은 2673조3019억 원으로 전체 기업 매출액 중 고작 47.2%를 차지하고 있다. 중소기업 대부분이 대기업에 얽혀 있는 와중에 국민 10명 중 8명이 절반도 안되는 매출을 나눠 먹는 셈이다. 특히 내년도 예산안에 연구개발비도 대폭 삭감되면서, 중소기업이 독자적인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하도급에서 독립하는 것도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앞서 정부는 내년 R&D 예산안을 올해 대비 4492억 6600만원을 삭감하겠다고 발표해 야당과 업계의 비판을 받았다. 이에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13일 중소기업 연구개발 비용을 일부 증액하겠다는 개선안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14일 내년도 연구개발 예산안을 정부안보다 8000억원 늘리는 예산안을 단독 의결했다. 그러나 정부의 새 예산안에는 구체적인 지원 분야와 액수가 명시되지 않은 데다가, 그마저도 비메모리반도체 등 과학 분야에 편중돼 있어 형평성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증액을 약속한 분야도 과학기술계 연구원 운영비와 4대 과학기술원 학생 인건비 항목 등이다. 지원 대상이 특정 분야에 치우쳐 중소기업계 현실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 일부 산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차세대 산업을 대체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의 성과를 올리고 있는데, 정작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며 뒷심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 시장 규모는 전 세계 7위 수준으로 성장했으며, 관련 산업계는 경기 불활 시절에도 꾸준히 흑자를 기록해 왔다. 지난해 콘텐츠 산업 규모는 146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7.4%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2.6%인 것을 감안하면 거의 3배 이상 높은 성장이다.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된 바이오 분야와 비교해도 주목할 만한 성장이다.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올해 발표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국내 제약바이오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25조4000억원으로, 세계시장의 1.3%(13위) 수준이다. 그런데 2024년 콘텐츠 분야 정부 예산은 총 1조125억원으로, 과학기술분야 R&D 예산(8조8000억원)과 대비하면 8분의 1수준이다. 콘텐츠 산업이 바이오에 비해 5배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갖고 있음에도 지원 예산과 세제 혜택 모두 부족한 형국이다. 국내 교육업계 또한 불황 속에서도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당국은 무관심한 상태다. 최근 일부 교육기업은 IT기술과 교육을 결합한 신개념 학습법으로 국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중소기업기술로드맵 2021-2023’에 의하면 국내 에듀테크 시장은 2020년 4조8000억 원에서 2025년 8조6000억원으로 연평균 12.2% 성장이 전망된다. 그러나 정작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5월 에듀테크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내년부터 없애기로 해 논란이 일었다. 일단 교육위원회는 최근 에듀테크 소프트랩 구축사업에 103억8200만원을 편성, 전년도보다 85억9400만원을 증액해 예산 논란을 종식했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사업 구축보단 에듀테크 산업 내 인력 부족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토로한다. 관련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는 컴퓨터 공학, 응용 소프트웨어공학 계열을 전공한 ICT 기술 관련 인력이다. 사실 국내 모든 분야에서 관련 전문가가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 인력의 공급이 우선되는 상황에서, ‘엇박자 지원’만 투입되는 셈이다. 콘텐츠 기업 D사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며, 전문 인재 대부분이 대기업으로 흡수되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콘텐츠 기업은 외부 환경에 영향을 적게 받아 불황에 강한 편이다. 정부는 해당 분야 기업들처럼,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사업 기반을 갖추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