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K-산업, 글로벌 패권 경쟁 속 홀로 분전
美·中·EU, 반도체·배터리·전기차 산업 주도권 싸움 고도의 지정학 리스크에 산업계 ‘돌연사’ 위기도 정치권, 노란봉투법 강행 처리…횡재세까지 거론
2023-11-15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산업계가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이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미래 핵심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규제와 지원책을 쏟아내면서 국내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대응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에 직면해 분투하고 있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상시 리스크’로 굳어지고,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이 종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전쟁까지 터져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는 치솟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 이후 전 세계가 자국 산업에 대한 ‘보호주의’ 경향이 확대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사업 장벽을 높아만 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2023 CEO 세미나’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서든데스(돌연사)’를 언급했다. 최 회장이 ‘서든데스’를 언급한 것은 2016년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특히 최 회장은 “투자 결정 때 매크로(거시 환경) 변수를 분석하지 않고 마이크로(미시 환경) 변수만 고려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국내 미래 핵심 산업은 글로벌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법’을 꺼내 자국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해 중국 반도체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에서 메모리 반도체 상당부문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중국 정부 지원으로 급성장하는 CATL, BYD 등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산업에 힘을 실어주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대응을 위해 상용차 판매를 확대하는 등 해외 기업들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혹독한 글로벌 경쟁에서 국내 기업들은 자국의 지원도 부족한 실정이다. 애당초 미국, 중국, 유럽연합(EU)과 비교해 경제 규모가 압도적으로 밀리는 만큼 정부 지원책이 미미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 강행 처리 등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횡재세’까지 운운하며 국내 기업들을 겨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