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R&D 예산 여론전…"부작용 없이 챙길 것" vs "당력 총동원해 복원"

국민의힘, 연구원 간담회…"비효율적 예산 줄이자는 것" 민주, 현장 방문…이재명 "정부 생각 바뀌어야, 무지의 소치"

2023-11-15     문장원 기자
15일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여야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대폭 삭감된 연구개발(R&D) 예산과 관련해 일제히 연구 현장 행보를 통한 치열한 여론전에 들어간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현장 연구원 간담회를 통해 비효율적인 예산을 조정한다는 정부 기조를 설득하면서도 미흡한 부분은 보완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 지도부가 연구 현장을 직접 방문해 삭감된 R&D 예산 복원에 당력을 총동원하겠다고 맞섰다.

국민의힘은 15일 오후 국회에서 '미래세대 위한 R&D 예산 관련 연구 현장 소통 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비효율적 예산이나 불필요한 지원은 줄이고 대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혁신 동력을 키워주는 연구개발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며 "애초 정부의 취지도 비효율적 예산 집행을 줄여 기초 원천기술과 미래의 원천기술 개발에 도전적이고 창의적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하자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유 의장은 "하지만 실제 내년도 R&D 예산을 조정하고 편성하는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도 있었다"며 "특히 과학기술 연구 현장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서 예산논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만큼 연구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히 듣고 R&D 예산 삭감에 따른 부작용이 없도록 꼼꼼하게 챙기도록 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민주당은 현장 최고위원회와 현장 간담회를 잇달아 개최하며 정부의 R&D 예산 삭감을 일제히 성토했다. 이재명 대표는 중구 대전광역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첨단 과학시대, 새로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과학기술 투자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그런데 무슨 생각에선지 R&D 예산을 대폭 삭감해 젊은 연구자들이 연구직에서 쫓겨나거나 생계 위협을 겪는 황당한 일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코 21세기 선진 경제 강국에서 일어날 수 없는 해괴한 일"이라며 "민주당이 반드시 R&D 예산을 복원해 국민 걱정거리를 덜어드리고 젊은 연구자들의 희망도 꺾지 않고 대한민국을 지속 성장 발전시킬 토대를 갖춰나가겠다"고 했다. 홍익표 원내대표 역시 "정부여당은 졸속 예산 삭감이 문제가 되자 예산을 일부 복원하겠다는 입장을 급하게 내놓기는 했다"며 "정작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삭감한 R&D 예산을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에 쓰겠다는 국민 편 가르기까지 했는데, 그러면 이제 다시 사회적 약자의 돈을 뺏어 R&D 예산을 늘리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후 대전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에서 열린 현장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R&D 예산 복원을 거듭 약속했다. 이 대표는 "끊임없는 연구개발 투자가 이뤄져야 대한민국의 미래도 있고 지속적 성장, 발전도 가능한데 어처구니없게도 계속 증액돼 왔던 R&D 예산을 대규모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삭감했다"며 "가장 당면한 과제인 R&D 예산 복원에 당력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현장 연구원들의 의견을 들은 뒤에는 '비효율적 예산 조정'이라는 정부 여당의 논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단기에 효과가 나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기대를 가지고 연구개발을 해야 하는데 정부 관료들이 생각을 잘못해 결과물이 없다고 문제를 제기한다는 거 아닌가"라며 "정부 당국자들이 생각을 바꿔야 될 문제"라고 직격했다. 또 "(예산 이유로) 낭비되는 데가 있어 잘못 쓰이는 영역이 있다는 의심이 작동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이건 사실 구더기 때문에 장 담그는 걸 포기하는 것과 똑같다. 문제점이 있으니까 아예 판 자체를 없애자는 것은 무지의 소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