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원재료값 뛰었다더니”…‘호실적’ 식품업계, 표정관리 돌입
원가 상승 근거로 줄인상, 영업익은 불려…‘소비자 부담 전가’ 비판 독과점 기업, 양 줄이고 가격 올리고…그리드‧슈링크플레이션 의혹도
2023-11-16 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식품업계가 ‘고물가 주범’ 낙인 우려에 몸을 사리고 있다.
고물가 속 원재료 국제가격 상승 등에 곡소리를 내왔던 식품업계가 올 3분기 반전의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해 수익을 개선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식품기업들은 코로나 이후 역대급 실적 잔치에도 불똥이 튈까 표정관리에 돌입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 풀무원, 오뚜기, 동원 등 국내 주요 식품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2배가량 증가했다. 고물가 속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제품 가격을 수차례 인상한 것이 주효했단 견해에 힘이 실리며, 소비자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최근 식품업계 줄인상에 소비자들의 의구심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가공식품업계는 러우전쟁, 이팔전쟁, 고환율, 이상기후 등 다양한 대내외 변수로 원가 부담이 가중됐단 입장이지만, 일부 주요 원자재의 국제 가격은 안정화되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확인한 세계곡물 가격은 지난해 5월 고점을 찍고 지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미국 밀 생산량 상향 조정 및 러시아 수출 증가, 미국 옥수수‧콩 원활한 수확 등으로 올 4분기 국제곡물 선물가격지수가 전 분기 대비 4.4% 하락할 것이란 전망치를 내놨다. 특히 올 한해 식품업계는 정부압박 표적이 돼 제품가격 인하를 반강제로 단행했음에도, 영업익이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자 가격을 더 내릴 수 있었단 지적이 나온다. 애초에 시장가격에 거품이 낀 것 아니냐는 의문도 잇따르고 있다. 물가 안정 및 소비자 권익 강화를 내세우지만, 정작 메인 제품이 아닌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비인기 제품 가격을 낮춘 사례도 있다. 오비맥주는 오는 20일부터 편의점용 1.6L 대용량 페트병 제품의 가격을 약 7% 내리기로 결정했다. 발포주는 맥아 비율을 낮춰 ‘기타 주류’로 분류돼, 부과되는 세금이 맥주보다 낮아, 맥주와 비슷한 맛을 내면서도 가격은 저렴하다. 오비맥주는 필굿 가격을 내린 것은 소비자 부담을 낮추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환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한 바 있기 때문이다. 업계 1위 기업의 인상 결정을 기점으로, 하이트진로도 지난 9일부터 소주 대표 브랜드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 출고가를 6.95% 인상했다. 동원F&B는 국내 ‘참치캔’을 대표하는 회사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수산물통조림 물가 상승세와 함께 소비자들의 감시를 받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서 살펴본 수산물통조림 물가 상승률은 7월 8.1%에서 8월 7.4%, 9월 6.3%로 둔화세를 보이다가 지난달 반등해 오름폭이 커졌다. 동원F&B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9.7% 증가한 630억원, 매출은 8.3% 오른 1조2075억원으로 뚜렷한 실적 회복세를 보였다. 기업의 이윤 추구가 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이 운운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대형마트와 온라인몰 등에서 판매되는 동원참치 전 제품의 가격을 평균 7% 인상한 바 있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지난 6월 인상분이 반영됐다. 지난 6월엔 ‘동원참치 라이트스탠다드'의 중량을 100g에서 90g으로 낮춰, 제품의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중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누리는 ‘슈링크플레이션’ 의혹이 일기도 했다. 올 한 해 정부 물가 관리 집중 대상이 됐던 라면업계의 분기 성적표에도 시선이 쏠린다. 농심은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103.9% 증가한 55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양식품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4.7% 늘어난 434억원, 오뚜기는 87.6% 뛴 8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수년간 국내 식음료기업들은 분기별로 N차 인상을 해왔고, 소비자 물가 지수가 5.1% 때도 10% 이상 올린 경우도 만연하다”며 “국내 식품업계는 일부 주요 품목들은 독과점 성격을 띄어서 소비자 선택권이 많지 않기에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소비자 권익 확대 및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다.